논평/성명

[기자회견문] 한반도 핵전쟁을 불러올 한미연합 전쟁연습을 즉각/전면 중단하라!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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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핵전쟁을 불러올 한미연합 전쟁연습을 즉각/전면 중단하라!

 


오늘부터 2022년도 상반기 한미연합연습이 시행된다. 4월 12일부터 실시된 위기관리연습에 이어 28일까지 지휘소 연습 위주로 실시된다고 한다. 대규모의 야외 실기동 훈련 없이 실시함으로써 공세성을 낮췄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나 지휘소 연습이라지만 대북 선제공격을 표방하고 있는 작전계획 5015를 익히기 위한 전쟁연습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남북, 북미 대결과 한반도 위기를 격화시키고 자칫 핵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올 한미연합연습은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은 미국의 지속적인 대북 제재 강화로 북미 간 강대강 대결이 격화되어 온 데 이어 북한이 4년 남짓의 유예를 깨고 ICBM을 시험발사하고 이에 한미 군 당국이 군사적 위협(엘러펀드 워크 등)으로 대응하는가 하면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오버랩되고 ‘대북제재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골드버그가 주한 미 대사로 임명되는 등 소위 한반도 4월 위기설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실시된다는 점에서 이번 한미연합연습의 위기로의 격화와 전쟁으로의 고휘발성에 우리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먼저 우리는 ICBM을 시험발사한 북한 당국에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ICBM 시험발사가 미국의 계속되는 제재와 한미연합 전쟁연습에 항의하고 남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새판짜기를 의도한 것이라고 해도 당장 한반도와 동북아 긴장을 조성하고 대결과 군비경쟁을 격화시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번영, 통일에 역행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더욱이 북한이 선언(2017.11.29.)한 대로 이미 핵무력을 완성했다면 이는 북한이 한미 등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가적인 ICBM 시험발사가 정치군사적으로 긴요했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추가적인 ICBM 발사나 핵실험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번영, 통일의 길을 완전히 닫히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취지에서 우리는 북한이 다시 ICBM 추가 발사나 핵실험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한다.   

 

그렇다고 북한의 ICBM 시험발사가 올 한미연합 전쟁연습 시행을 결코 정당화해 줄 수는 없다. 한미연합 전쟁연습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가장 공세적이고 무력적인 수단으로 북한 핵보유의 원인을 제공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가로막는 근본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그 자체로는 한미와 일본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되지 않는 반면 한미연합 전쟁연습은 대북 선제공격과 인민군 격멸, 체제 전복, 점령을 포함한 작전계획 5015를 수행하기 위한 연습으로 북한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해 “미국 인력과 영토, 동맹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성명을 낸 것은 위협 개념에 대한 정확한 판단 하에서 나온 이성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통합방위법은 2조에서 도발을 “국민 또는 영역에 위해를 가하는 모든 행위”로, 위협을 “침투·도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적의 침투·도발 능력과 기도가 드러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가 특별히 한미일 영토를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면 이를 한미일에 대한 도발은 물론 위협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한미연합 전쟁연습은 대북 선제공격과 인민군 격멸, 체제 전복, 점령 등 명백히 대북 “침투·도발 능력과 기도가 드러난 상태”로 볼 수 있다. 러시아·벨라루스 연합연습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어진 사례도 한미연합 전쟁연습의 위협적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에 우리는 남북미가 침공·도발·위협 등의 대결적, 군사적 방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대화와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도, 한미연합 전쟁연습도 전면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런데도 한미연합군은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한미연합군의 새 작전계획은 여전한 대북 선제공격과 함께 한반도를 넘어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를 공격하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작전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연합뉴스, 2022. 3.31). 이는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한국 방어를 넘어 오키나와, 괌 등의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등의 방어에 동원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편으로 중국 동북부에서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를 겨냥해 발사되는 중장거리 미사일 요격과,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서의 미중 무력 충돌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동원하기 위한 한반도 역외 작전계획을 포함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함의한다.  


새로운 작전계획이 고강도의 대북 선제공격을 수행하고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에 동원하고자 한다면 미국은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뿐만 아니라 한반도 역내외의 위기관리권도 계속 행사하려 들 것이며, 이에 위기관리범위를 ‘미국 유사’로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를 보다 노골화할 것이다. 현재 한미 국방 당국 간 위기관리권한과 절차, 적용범위를 둘러싼 갈등은 미국이 제시한 전략기획지시에 의거해 수립되는 새 작전계획 수립에서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위기관리권한을 행사하고 위기관리범위도 ‘미국 유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관철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번 한미연합 전쟁연습에 동원된 미 항공모함 전단이 동해 공해상에서 일본 함정들과 전개한 해상 연합연습도 새로운 작전계획과 연습이 갖는 한반도 역외작전적 성격을 예고해 주고 있다. 2019년 상반기 한미연합 전쟁연습에서도 한미 양국군이 일본을 겨냥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훈련을 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올 한미연합 전쟁연습에서는 훈련 장소가 동해 남쪽 해상이라는 점에서 오키나와보다는 일본 본토 미군기지나 괌을 겨냥한 북한과 중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훈련이 진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영해에서 한미일 연합연습을 진행하자는 미국의 무모한 요구를 한국이 거부한 것은 그나마 바른 결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합연습은 한국군이 미일을 겨냥한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 요격에 동원될 가능성과 한국이 한미일 미사일방어망과 군사동맹 구축을 향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게 한다.  

   

한국이 대북 선제공격과 미일 방어에 동원되는 모험주의적인 작전계획 수립과 연습에 말려들어 가는 것은 핵은 핵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는, 대결과 위기를 조장, 확대하는 무책임한 선동적 주장에 기대여 미국의 이른바 확장억제정책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확장억제정책은 핵선제 사용(First-Use)과 핵군비경쟁을 통해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정책으로 그 끝은 남북미를 끝없는 안보딜레마의 수렁으로 빠뜨리고 종국에는 핵전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게 하는 정책이다. 더욱이 바이든 정권이 최근 발표한 핵태세보고서(NPR)에서 핵선제공격을 고수함에 따라 남북미가 핵선제공격전략으로 맞서는 한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과 연습은 미국이 이미 실전배치한 B61-12, W-76-2 등의 이른바 저위력 전술핵무기 운용을 포함한 작전계획 수립과 연습으로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그 만큼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험은 증폭되지 않을 수 없다. 

 

보다 고강도의 대북 선제공격과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미 본토 방어와 대만 유사시 등 한반도 역외작전에 동원되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담보로 하는 도박과도 같은 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과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역외작전 동원 가능성을 막아야 했으나 끝내 그 길을 터주고 말았다.

 

이러한 문재인 정권의 패착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이른바 ‘힘에 의한 평화’의 산물이다. 그는 2018년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평양선언/군사분야 합의서 채택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까지 ‘힘에 의한 평화’를 외쳤다. 거제도 안창호 중형 잠수함 진수식(2018.9.15.)에서 “‘힘을 통한 평화’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흔들림 없는 안보전략”이라며 “강한 군, 강한 국방력이 함께 해야 평화로 가는 우리의 길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힘에 의한 평화’와 짝을 이루면서 이의 구현을 뒷받침해 주는 정책이 소위 억제정책이다. 억제정책은 힘을 사용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과시해 상대가 그 의지와 능력을 믿게 함으로써 성립한다. 달리 말해서 상대를 겁주고 위협해 이른바 ‘도발’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적대하는 국가들이 상호 간에 힘을 과시하고 위협함으로써 ‘도발’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필히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팽창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확대에 매달릴수록 위협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어 안보 딜레마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과거 미소 간, 현 미중 간, 남북 간 군비경쟁은 모두 ‘힘에 의한 평화’와 억제정책의 산물이나 이를 통해 안보 위협이 해결되기는커녕 전략과 전력에서 냉전시대를 능가하는 대결과 위협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5년 동안 코로나로 어려워진 경제 여건에도 역대 정권을 능가해 국방예산을 늘리고 대북 공세전력을 도입하며 한미동맹과 미국의 확장억제에 매달렸으며, 그 결과는 판문점/평양선언의 참담한 파탄뿐이다. 

 

그러나 강한 군사력으로만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고는 시대착오적이며 스스로 서명한 판문점/평양선언과도 전면 배치된다. ‘힘에 의한 평화’는 전쟁이 합법이고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하지 못했던 시대에서나 그나마 허용될 수 있었던 주장으로 유엔헌장에 의해 전쟁이 불법으로 규정되고 핵전쟁과 핵무기 못잖은 파괴력을 가진 재래식 전쟁으로 인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 늦어도 2차 세계대전과 유엔헌장 채택을 전후한 시기부터는 국제사회에서 배척받아 온 안보관이다.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평화정책과 성과를 전면 부정한 윤석열 차기 정권은,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힘에 의한 평화 정책만은 금과옥조로 계승할 모양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한미동맹과 확장억제에 대한 지나친 경도도 모자라 한미동맹 강화와 확장억제를 강조하고 있다. 그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한미동맹의 포괄동맹화는 개념이 모호하나 가치적·다자적·기능적·영역적·지역적 안보 영역을 망라하는 중층적 목적과 임무를 가진 동맹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해저에서 우주까지, 한반도에서 태평양·인도를 넘어 전 세계로, 쌍무적 동맹관계에서 다자 간 동맹관계로, 재래식전에서 대테러전이나 사이버전으로, (시장)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까지 모든 군사 분야에 걸쳐 임무를 갖게 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한마디로 미국을 쫓고 뒷받침해주기 위해 무한대의 임무와 군비를 갖추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길에서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번영과 통일이 자리잡을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다.  

 

대북 선제공격과 주한미군의 한반도 역외작전, 한국군의 북미, 미중 대결에의 군사적 개입은 대한민국 헌법, 유엔헌장, 헤이그법 등 국내법, 국제법 위반이며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역내외 분쟁에 한국군이 미군의 뒤를 쫓아 개입해 들어가는 것은 국가와 민족, 민중의 삶에서 희망과 생명을 앗아 버리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윤석열 정권이 수구적인 대미 추종과 대북 대결 정책에서 벗어나 판문점/평양선언을 계승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길을 추구해 가기를 강력히 당부한다. 그 길은 냉전의 산물인 시대역행적인 한미동맹과 확장억제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고 합리적 방어 충분성에 근거한 방어전략을 수립하여 한미연합연습을 한국군 단독의 방어작전연습으로 대체하고 군사합의서를 공세 전력의 후방배치와 감축을 담는 내용으로 발전시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비로소 열리게 될 것이다.  

 

 

 

2022년 4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통일 시민연대, 한국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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