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발표문] NPT 재검토회의 사이드이벤트-‘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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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권이 대북 군사적 강압 정책을 폐기하면 한반도 비핵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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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들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체제 수립,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지로 하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채택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북한의 영변 핵시설과 5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맞바꾸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제의를 뿌리친 트럼프 대통령의 과욕 때문에 하노이 회담(2019.2)이 파탄 난 후 북미 협상은 오랜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여전히 가능하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군사적 강압 정책이 한반도 비핵화를 가로막고 있다.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 후에도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입장은 큰 틀에서 변함이 없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의 문턱을 높였을 뿐이다. 비핵화 대 제재 해제에서 비핵화 대 적대 정책 폐기로. 북한이 ICBM 시험발사 유예를 폐기하고 7차 핵실험의 의혹도 받고 있지만, 설령 7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그 결과 핵 무력을 증강해 대미 핵 대결을 강화하더라도 그 자체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것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가 부분적으로나마 대북 제재를 해제하거나 한미연합연습을 중단하는 등 대북 군사적 강압을 낮춘다면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재개될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 오히려 대북 제재와 군사적 강압을 강화하며 비핵화 협상 재개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겉으로는 대화와 협상을 주장하면서도 사실상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된 동기는 전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을 받으려는데 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제재와 군사적 강압 정책에 매달릴수록 북한의 핵 무력 강화 동기만 커질 뿐이며, 그만큼 한반도 비핵화는 멀어진다.

 

지난 30년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한미연합연습은 협상의 진전을 좌우한 관건적 사안이었다. 한미연합연습이 재개되면 대화와 협상은 파탄 났고 중단되면 진전되었다. 그런데도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단한 한미연합연습을 재개했을 뿐만 아니라 횟수와 규모를 늘리고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대북 선제공격을 포함한 불법적인 신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이를 수행할 F-35 등 초공세무기를 한국에 판매하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을 격화시키고 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First Use 정책을 고수하고 B61-12, W76-2 등 소위 저위력 전술핵무기의 실전배치로 핵 사용 문턱을 낮춤에 따라 한반도에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과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높였다.

 

더욱이 바이든 행정부는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과 한미일 동맹 구축으로 대북 군사적 강압과 봉쇄를 강화해 가고 있다. 나토의 아태지역 진출과 한미, 미일 동맹 등과의 결합으로 대북, 대중 군사적 포위와 봉쇄를 강화함으로써 아태지역에 신냉전이 도래하고 한반도와 동북아가 가장 첨예한 대결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냉전적 대결 구도 하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평화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동시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및 한반도 비핵화는 양립할 수 없다. 한미동맹을 명분으로 한 미국의 대남 확장억제(핵우산) 제공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의 핵심이자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다. 확장억제는 무력 위협과 사용을 금지한 유엔헌장 24항 위반이다. 따라서 미국이 확장억제 철회를 포함해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북한 체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휴전협정 60항에 명시된 휴전협정 체결 당사자들의 해묵은 과제다. 1954년 개최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제네바 회의가 남북통일 방안에 대한 차이로 결렬된 후 지금까지 방기되고 있다. 이 회의에서 미국은 차기 회의 날짜를 정하자는 북한과 중국의 최소한 요구조차 뿌리침으로써 한국전쟁을 정치적, 법적, 제도적으로 완전히 종결시켜야 하는 책임을 회피한 데서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한시라도 빨리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회의를 재개해 당사자 간 적대관계를 평화 관계로 전환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과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한 신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한반도 평화협정보다는 항구적인 핵무기 보유를 더 안전한 체제 보장 방안으로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서방 국가의 관료와 전문가 대부분은 그럴 것으로 단정한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은 여전히 미국의 적대 정책 폐기를 조건으로 하는 한반도 비핵화 입장이다. 따라서 북한이 항구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는 주장은 대북 군사적 강압을 지속함으로써 한반도의 비핵화 가능성을 차단하고 계속 핵 대결을 추구하려는 의도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지역 대결과 위기 발생은 미국이 그 지역에 개입하고 패권을 추구해 나가기 위한 둘도 없는 명분과 자양분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고도화된 북한의 핵무기 폐기라는 역사상 전례 없는 길을 가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불가능한 길이 아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따라 북미 수교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으로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과정과 동시적으로 북한의 현존 핵무기와 미래 핵 프로그램을 폐기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고 이를 디딤돌 삼아 동북아 비핵지대화로 나아가자!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북한의 핵무기 폐기 단계에 맞춰 이와 동시적으로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과정이다. 대북 적대 정책 폐기는 제재 해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북미 불가침 조약 체결 등의 단계로 나뉜다. 이에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대남 핵우산 폐기와 대북 소극적 안전보장(NSA)은 이미 실현된다.

 

이에 동북아 비핵지대는 유보 없는 전면적인 소극적 안전보장 제공은 물론 최소한 핵국 간, 특히 미국의 중국 등 핵국에 대한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 No First Use 제공, 미국의 SIOP(Single Integrated Operational Plan)의 전략적 선제 타격 대상에서 중국 제외, 즉응발사체제 해제, 동북아 MD 폐기, 동북아 군사동맹 폐기 등이 보장되지 않으면 어떤 방식의 동북아 비핵지대론도 군사적으로 미국에 유리한, 불공평한 것으로 될 수 있다. 한 예로 핵무기를 탑재한 선박이나 항공기의 동북아 핵무기지대 내 국가들에서 기항과 영해 통과를 금지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동북아 비핵지대 수립은 핵군축과 핵 없는 세상 실현에 결정적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비핵지대를 추동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 중국 등 관련 핵무기 국가들의 핵무기금지조약(TPNW) 가입이 선결적 과제다. 미국의 핵무기 투하로 가장 많은 희생을 당한 일본과 한국이 동맹에 묶여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언어도단이다. 북한도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하고 NPT에 복귀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전 세계 핵 군축과 동북아 비핵지대 창설의 전제를 충족시켜야 한다.

 

분명 한반도 비핵화는 다른 핵무기 국가들과 달리 여전히 핵무기 폐기 정책을 버리지 않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 따라 그 실현 가능성이 비할 바 없이 크다. 또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NPT 안팎의 다른 핵무기 국가들이 핵무기 위협, 사용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고집할 뿐 핵 군축과 폐기를 회피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전향적이며, 고무적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원한다면 제한적으로나마 대북 제재를 해제하거나 재개된 한미연합연습을 중단해야 하며, 그렇게 하면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진정성 있는 한 걸음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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