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기자회견문]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담 규탄 기자회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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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대북 전쟁수행기구를 만들려는 유엔사 재활성화를 즉각 중단하라!

-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 개최에 즈음한 기자회견 -

 

 

정전 70주년을 맞아 오늘 최초로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가 한국 정부 주도로 열린다. “한반도 전쟁 억제와 평화 유지를 위한 유엔사의 역할과 한-유엔사 회원국 간 협력 방안을 모색”(국방부, 보도자료, 11.9)하는 자리라고 한다.

 

지금 한미 국방 당국은 6·25 전쟁 참전국들을 전력 제공국으로 모아내 한반도 유사시 한미(미래)연합사에 제공하기 위한 이른바 유엔사 재활성화(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 10여 년 전부터 참모 체계를 강화하고 전력 제공국들의 전력을 한미연합연습에도 참가시켜 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일 뿐, 유엔사를 평, 전시 작전수행기구로 탈바꿈시켜 한반도 전구작전을 주도하겠다는 것이 유엔사 강화에 담긴 미국의 숨은 의도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작전통제권 환수 협상과 한미연합연습 과정에서 위기관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한국군 지휘부와 충돌해 온 유엔사령관의 발호로 간간이 확인되어 왔다. 나아가 미국이 유엔사 강화를 통해 노리는 또 다른 의도는 북한 대응을 넘어 중국 대응을 꾀하는, 곧 동북아 지역의 작전수행기구로서 유엔사를 구축하려는 데 미국의 궁극적인 의도가 있다고 예상된다. 이는 한미일 전력에 더해 나토 회원국들을 유엔사 전력 제공국으로 참여시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압도하는 전력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패권 구상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윤석열 정권이 유엔사 강화에 적극 협력하고 나섬으로써 한층 탄력을 받게 되었으며, 오늘 열리는 한-유엔사 국방장관 회의는 바로 유엔사 강화에 담긴 미국의 이런 다목적 포석에 지지와 동참을 끌어내기 위한 회의로, 이는 필히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군사적 대결을 격화시키고 무력충돌을 야기할 것이며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진영 대결을 고착시킬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회의를 단연코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사의 전력 제공 지원 임무 수행은 부당하며, 관련 법적 근거도 없다.

 

미국은 유엔사 강화가 한미(미래)연합사에 대한 전력 제공 임무에서 그칠 것이라고 강조한다. 6·25 전쟁 참전국들을 전력 제공국으로 참여시켜 한반도 유사시 한미/미래연합사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군수 등 참모진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사 임무는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로 정전 관리 임무로 한정되었으며, 그것도 한국 국방부의 주장에 따르면 정전사무 이행 권한으로 엄격히 국한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사가 전력 제공의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정보, 병력 수송, 군수 등 광의의 작전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으로 이는 명확히 한미 간 합의 위반이다.

미국은 유엔사 강화와 전력 제공 임무의 법적 근거로 안보리 결의 84호와 워싱턴 선언(1953.7.27.)을 들고 있으나 이는 잘못이다. 안보리 결의 84호는 북한의 무력공격을 격퇴하고 지역의 국제평화 회복을 목표로 채택되었으며, 휴전협정 체결로 이 조건이 충족된 조건에서 16개 참전국의 유엔사 참여 근거는 이미 실효성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한반도에 새로운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새로운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어야 하며, 그에 따른 유엔 회원국들의 전력 지원 여부도 재규정되어야 한다. 또한 워싱턴 선언은 6·25 참전국들의 한반도 무력충돌 재발 시 재참전을 다짐하고 있으나 워싱턴 선언이 유엔총회 결의가 갖는 정치적 상징성을 갖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보리 결의도 아닌 조건에서 이것이 새로운 한반도 무력충돌에 대한 회원국들의 전력 제공을 규정할 수는 없다. 이에 미국이 안보리 결의 84호와 워싱턴 선언을 근거로 유엔사 강화를 꾀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을 결여하는 것으로 불법이다.

 

한편 유엔사 전력 제공국 전력의 한미연합연습 참가도 법적 근거가 없어 불법이다. 영국 등 나토 회원국들의 전력이 주력이 되어 한미연합연습에 참여하는 바 이들 무장전력이 한국 영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방문군지위협정이나 한국-유엔사 소파 등이 체결되어야 하나 한미 당국은 이를 한미 국방장관 간 약정에 불과한 한미국방협력지침(2010)이나 ‘전력제공국의 연합연습(FTX) 참여 절차’(2016) 등을 통해 편법으로 시행하고 있어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

 

평, 전시 작전수행기구로서의 유엔사 임무도 부당하며, 관련 법적 근거 또한 없다.

 

유엔사를 북한 대응을 위한 작전수행기구로 탈바꿈시키려는, 나아가 유엔사가 한미(미래)연합사의 상위에서 한미/미래연합사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다음의 정황들과 연관된다. 미국은 유엔사가 지원 임무만 수행한다고 주장하나 지원 단위(유엔사)의 피지원 단위(연합사)에 대한 지원은 피지원 단위(연합사)에 대한 지휘를 전제로 한다. 미 대통령이 미 전투사령부에 핵전력을 지원한다면 이 핵전력에 대한 대통령의 지휘를 전제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가 각국의 지원 전력을 한미(미래)연합사에 통합시키기 전까지는 지원 전력에 대한 정보/수송/군수 분야 등 지휘를 유엔사가 수행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또한 새 한미연합 전략과 작전계획이 핵전략과 작전계획으로 된 조건에서는 미국이 미군이 수행할 핵전략과 작전계획에 대한 지원을 핵작전 능력을 결여한 한국군 한미(미래) 연합사령관에게 맡기는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한반도의 새로운 무력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미국과 전력 제공국은 1950년 10월 7일의 유엔총회 결의(376(Ⅴ))를 근거로 북진과 안정화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이렇듯 유엔사가 평, 전시 대북 작전수행기구로서의 임무를 갖도록 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초공세전략과 작전에 의거한 한반도 대결과 무력충돌을 추구하는 한 지속성을 띨 것이다.

 

유엔사와 한미(미래)연합사에 의한 한국군에 대한 이중의 작전통제는 북한군 격멸과 북한 체제 붕괴라고 하는 불법적이고 과도한 전쟁목표와 이 전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제공격을 포함한 공세적 전략과 작전 및 전술을 한층 강도 높게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한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확장은 평시 남한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것이며 전시 북한 민중의 생명과 자산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에 대한 불법적, 반인륜적 공격이 한반도에서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한편 유엔사가 북한 대응 작전수행기구로서 전환된다면 한국군은 한미(미래)연합사와 함께 유엔사라는 이중 구조로부터 통제를 받게 됨으로써 군사주권의 종속성이 가중된다. 특히 한미(미래)연합사의 사령관을 한국 장성이 맡더라도 공군 작전통제권을 미군에 그대로 두는 등 환수된 작전통제권이 빈껍데기뿐이어서 한국군 한미(미래)연합사령관이 바지사장과 다를 바 없는 조건에서 유엔사의 통제까지 받게 되면 작전통제권 환수는 그야말로 누더기가 되어 군사주권의 훼손은 참담한 지경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유엔사가 대북 작전수행기구로 탈바꿈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전혀 없다. 한국 정부가 동의해 주고 새로운 법적 근거를 만들지 않는 한 유엔사가 작전수행기구가 될 수는 없다. 문재인 정권이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2018)의 ‘전작권 전환 후 연합방위지침’에 의거해 체결한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 간 관계 관련 약정(TOR-R)’에 정전협정 준수와 관련 유엔사의 한미연합사에 대한 지시 권한이 명문화되어 있다는 보도(이데일리, 2019.9.4.)가 사실이라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정전관리임무에 한정된 것으로 유엔사가 한미(미래)연합사의 작전수행 임무를 부분적으로라도 수행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미 합참의장의 유엔사령관에 대한 권한위임사항(TOR for Command UNC, 1983)에 유엔사가 “유엔사로 예속된 모든 부대에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며 … “제3국군-미군, 한국군이 아닌-을 유엔사 구성군사에 예속시키고, 전쟁이 재발할 경우 유엔사 및 연합사는 별개의 법적·군사적 실체를 유지하면서 유엔사 부대를 운용”하도록 한 규정이 있어 유엔사가 연합사와 함께 작전수행기구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 합참의 권한위임사항으로 한국에 대한 직접적 규정력은 없다.

 

한편 6·25 당시 유엔군의 북진 근거가 된 1950년 10월 7일 유엔총회 결의는 북한군의 3·8선 이북으로의 격퇴만을 규정한 안보리 결의 83/84호와 유엔헌장 51조 위반으로 그 자체가 불법이다. 이에 한반도에서 새로운 무력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이에 근거해 북진 또는 대북 안정화 작전을 전개하는 것은 불법이다. 따라서 북진과 북한 안정화 작전과 관련된 새로운 안보리 결의가 필요하나 그 자체가 유엔헌장 51조를 위반하는 불법이 될 것이다.

 

중국 위협 대응을 위한 작전수행기구로서의 유엔사 임무는 더욱 부당하며, 불법이다.

 

유엔사 강화를 명분으로 한 나토 회원국 전력의 한미연합연습 참여는 한미일 3국이 수립할 대중 작전계획의 연합연습 참여로도 이어질 수 있다. 2016년 영국군은 오산 공군기지에서 한미 공군과 최초로 ‘무적의 방패’라는 연합 공군훈련을 실시해 북한의 군사기지와 지휘부 타격훈련을 진행했다. 당시 헤이 영국 대사는 “북한 위협이 유일한 목적이 아니”며 “아시아에서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큰 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나토의 아태 지역 진출과 대중 견제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최근 코튼 미 전략사령관은 “역내에서 점점 심각해지는 도전을 고려하면 유사시는 북한을 넘어설 것이다. 중국도 대상으로 하는 작전계획이 바람직하다.”(뉴스 1, 2023.10.18.)며 한미일 3국의 대중 작전계획 수립 의향을 내비쳤다. 유엔사를 나토 회원국들의 아태 지역 진출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이들 전력을 대중 견제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력 제공국이 아닌 접수국 한국을 유엔사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려고 하거나 “(6.25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나토 회원국 등을 많이 넣어서 많은 나라가 유엔사라는 플랫폼에 있어야 한다”(연합뉴스, 2023.11.3.)는 신원식 국방장관의 발언에서 북한이 아닌 중국 대응을 위한 군사기구로서 유엔사를 탈바꿈시키려는 한미 당국의 속내를 알 수 있다. 유엔사의 전력 제공국으로 참여하는 나토 회원국들이 이미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중간 기착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대로다. 이는 유엔사의 전력 제공국들이 수년전부터 참가해 온 한미연합연습을 넘어 향후 한미일 3국 연합 작전계획 숙달을 위한 한미일 3국의 연합연습에도 참여하게 될 가능성을 말해 준다. 유엔사가 동북아 유사 대응을 주도할 다국적 군사기구로서의 위상으로 변신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향후 대중, 대북 핵전략 수행은 미군이 사령관인 유엔사가 맡고 한국군이 사령관인 미래연합사는 유엔사의 대중, 대북 핵전략 수행을 지원하는 재래식 작전수행기구로 그 임무와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을 상정해 보는 것도 억측만은 아닐 것이다.

 

유엔사가 중국 대응 작전수행기구로 전환되는 것은 안보리 결의 84에 의거해 북한군 격퇴와 지역의 국제평화 복원을 목적으로 유엔사가 결성된 취지에 반하며 유엔사가 미국의 군사기구라는 점에서 적용범위를 남한으로 엄격히 제한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체결 취지에도 반한다.

 

향후 유엔사의 임무가 어떻게 전환되든지 간에 유엔사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대결과 우발적 무력충돌을 빈발시킬 것이며, 끝내 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이런 위기를 막기 위해 오늘의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1975년 11월 18일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유엔사를 즉각 해체하는 데 있다. 이에 우리는 유엔사 강화가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평화의 파괴자로 될 것임을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해 두는 바이다.

 

2023년 11월 14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관련자료>

[국문 전문]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 회의 공동성명

[영문 전문]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 회의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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