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3. 7. 31] [촉구서한] 기획예산처는 국방부의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라!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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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는 국방부의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라!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 귀하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94년에 창립된 국내 최초의 평화운동 전문단체입니다. 우리는 공격용 헬기도입 반대운동을 펼쳐 국회가 2002년도 관련예산 전액을 삭감하도록 한 바 있으며, F-15K 도입 반대운동에도 앞장서 가격을 낮추는데 기여하였습니다.

장관님!
국방부는 2004년도 국방예산으로 작년 대비 무려 28.3%(4조 9,231억 원)가 늘어난 22조 3,495억 원을 기획예산처에 제출하였습니다. 현재 기획예산처는 이번 주에 예산안에 대한 1차 심의를 벌이는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 10월 2일까지 2004년도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국방부의 국방비 대폭 증액요구가 전혀 타당성과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우리는 국방비 증액을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을 장관님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장관님!
국방부는 자주국방을 위해 첨단무기를 대규모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무려 4조 9,231억 원에 이르는 국방예산 증액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국방부의 주장과는 달리 대부분 미국산이 될 대규모 무기도입은 자주국방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무기체계나 그 운용 면에서 대미 군사적 종속을 더욱 심화시키게 됩니다. 또한 국방부의 갑작스러운 국방비 증액요구가 미국의 강요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도 자주국방을 위한다는 국방비 증액논리는 국민을 기만하는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 고위당국자들이 한국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자마자 연기되거나 유보되었던 PAC-Ⅲ와 AWACS도입을 내년도 사업으로 서둘러 포함시킨 것, 매년 6%의 증가율로 첨단전력을 갖추겠다는 국방부의 '국방중기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갑작스럽게 28.3% 증액을 요구한 것 등은 이번 국방비의 대폭 증액이 곧 미국의 강요에 의한 것임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따라서 미국의 강요에 따른 것에 불과하며, 우리 국민의 혈세로 미국 군수업체의 배를 불려주는 것이 될 뿐이므로 국방부의 국방예산 증액 요구는 결코 수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장관님!
국방부는 또 장병의 복무여건이 매우 열악하여 장병의 사기 저하가 우려되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방비의 대폭증액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장병의 사기·복지 증진을 위한 예산은 불요불급한 무기구입을 줄이거나 중지한다면, 또 방만한 군 구조에 대한 개혁과 9만 명의 초과 병력에 대한 조속한 감축에 나선다면 별도의 예산 증액 없이도 지금이라도 당장 마련될 수 있습니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대폭적인 병력감축이 이뤄진다면 추가 예산 없이도 장병의 복지는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병 사기복지 증진을 위한 국방비 대폭 증액' 논리도 공룡과도 같은 군의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하는 조직이기주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봉흠 장관님!
'북한의 위협' 때문에 국방비를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국방부의 주장 또한, 군사비 총누계에서 1980년을 전후로 하여 이미 남한이 북한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현재 남한 국방비가 북한 국방비의 10배나 된다는 점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오히려 남한의 대규모 국방비 증액은 북한을 긴장상태로 몰아넣어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됩니다. 이는 또한 미국의 대규모 전력증강과 함께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전쟁 위험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발전에 역행하는 국방비 대폭 증액은 결코 수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장관님!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IMF 위기 당시에 국방비는 사상 처음으로 절대액이 0.4% 감소하였습니다. 비록 소폭이긴 하지만 이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방비를 삭감시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특히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생산유발계수와 부가가치유발계수가 가장 낮은 국방비를 줄여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당국이 부응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또한 국방비 증액이 어려운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경제가 IMF 외환위기 시절보다도 더 어렵다고 하는 지금, 국방부는 무려 5조 원에 달하는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였습니다. 5조 원이면 생활이 파탄지경에 이른 40만 가구에 월 100만원씩을 1년 동안 지급하고도 남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국방부가 이런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국방비에 추가로 투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을 전혀 도외시하는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폐한 국가경제와 서민의 삶을 조금이나마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국방부의 무리한 국방비 증액 요구는 수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박봉흠 장관님!
우리는 지난 28일, 국방예산 편성 주무담당자를 면담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추후 예산편성의 구체적 일정과 현재 국방예산 편성 추진 현황을 듣고자 하였으나 이번 주에 1차 심의가 있다는 것과 예산편성 과정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국방비 증액 반대에 관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이 어떻게 반영되어 처리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의사소통 통로의 마련을 요구하였으나 담당 실무자로부터 편성 과정은 알려줄 수 없으며 정부 확정 예산안을 확인하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장관님!
2004년 국방예산 요구안에는 우리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불필요하고 부당한 예산항목들이 즐비합니다.(자세한 내용은 지난 28일 면담 때 제출한 자료를 참조하십시오.) 기획예산처는 총예산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요구안 중 일부를 예산규모에 맞춰 삭감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식은 국방예산이 아직도 상당부분 성역으로 남아있고 기획예산처가 실질적이고 강력한 예산편성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볼 때, 그 적합성과 정당성을 따져 실소요에 맞게 예산을 배정하는 데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획예산처가 평화군축전문단체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예산편성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필요성은 국방부가 국방예산 대폭 증액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절실합니다.
하지만 우리와의 면담과정에서 국방예산 담당자가 보여준 방어적이고 무성의한 태도를 보면서 우리는 올 해 국방예산 편성에 우리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 지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갖게 되었습니다.

장관님!
기획 예산처에서 작성한 '2004년 예산 요구 현황'자료 중 '향후 예산안 편성계획'을 보면 '세입여건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 건전 재정 기조 유지', '세출사업 전반에 걸쳐 과감한 구조조정 불가피한 실정', '국가적으로 중요한 쟁점사항에 대하여는 '전문가 토론회', 국무회의 등에 상정하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예산편성의 투명성과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더라도 기획예산처의 대응은 소극적이고 무성의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박 장관님!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고, 서민 생활은 파탄지경으로 떨어져 동반 자살하는 가족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재정규모는 제한되어 있는데 국방비를 대폭 늘린다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보살피는데 드는 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국방예산 규모를 사실상 정하게 되는 기획예산처의 수장인 장관님이 온갖 기만적이고 부당한 논리로 국방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변하는 국방부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하여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을 살리고, 나아가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2004년도 예산을 편성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기획예산처의 예산편성 과정을 주시할 것이며, 지속적으로 국방예산 증액을 반대하는 행동을 벌여 나아갈 것임을 밝힙니다.



2003년 7월 31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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