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3. 9. 2] 감사원도 지적한 차기 전투기 선정 의혹-한겨레 왜냐면 투고 글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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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도 지적한 차기전투기 선정 의혹




지난해 국방부와 청와대는 우리 국민의 빗발치는 반대 여론과 시민사회 단체의 강력한 항의를 무릅쓰고 차기전투기 기종(F-15K) 도입을 기어이 강행하였다. 그런데 최근 차기전투기 사업(F-X)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를 보면, 감사원이 지난해 10월14일부터 11월25일까지 국방부의 ‘2002년 방위력 개선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감사원은 차기전투기 사업에 대해 “평가 과정이 투명하지 못함으로써 ‘기종평가(F-15K 선정)가 부적정’했다”고 판정한 것이다. 또한 감사 결과 “엔진 구매 계약이 원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체결”된 것이 드러났다.(동아일보 8월18일치)

이 내용은 차기전투기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 중 언론에 보도된 일부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지난해 F-15K 도입에 반대해 왔던 국민들과 시민사회 단체의 주장이 정당했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기종평가가 부적정하였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기종 선정이 국방부의 온갖 전횡과 불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F-15K 엔진 구매 계약이 원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체결”되었다는 감사원의 지적 역시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엔진 선정과 관련해 끊임없이 제기된 당시 권력 핵심부의 불법로비 의혹을 사실로 뒷받침하는 것이자 기종의 부당한 선정으로 인한 귀중한 국민 세금의 낭비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감사원이 기종 평가가 부적정하였다고 판정한 이상 온갖 국민적 의혹을 받아온 차기전투기 기종 선정은 마땅히 원천적으로 무효임을 선언해야 하며, 도입 계약 또한 즉시 백지화해야 마땅하다. 국방부 자신도 차기전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평가 과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 차기전투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국민 앞에 여러 차례 공언한만큼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수용하여 도입 계약을 스스로 무효화하고 차기전투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한편, 차기전투기 사업의 “기종평가가 부적정하였다”는 판정을 내리고서도 국방부에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주의’ 조처를 내린 감사원의 형식적인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주의’ 조처는 글자 그대로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에 불과하다. 차기전투기 사업은 5조5천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그런데 기종평가가 잘못된 것으로 판정하고서도 감사원이 F-15K 도입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는 ‘주의’ 조처를 내린 것은 결국 막대한 국민 혈세가 잘못된 사업에 낭비되는 것을 정당화해 주는 것이다. 이는 감사원이 국가 예산의 올바른 집행을 감시해야 할 자신의 임무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자 나아가 국방부와 청와대의 잘못된 결정과 천문학적인 세금 낭비를 정당화해 주는 범죄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투기 기종 선정이 공정성과 투명성, 타당성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고, 국방부의 온갖 불법과 비리, 전횡으로 얼룩졌는데도 감사원이 몇 가지 부분적인 문제나 지엽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친 것 역시 국방부의 불법비리와 전횡을 축소하고 비호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감사원은 마땅히 감사 결과를 소상히 국민 앞에 밝혀야 하며, 최규선·권노갑씨 등 불법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그 감사 결과를 밝혀야 한다.

미국 보잉사와의 F-15K 도입 본계약이 체결된 지 1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절충교역에 관한 협상이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보잉사가 한국항공 쪽과 합의하였던 절충교역인 ‘섹션 일레븐’을 오스트레일리아로 넘기는 따위 계약 위반 횡포를 다반사로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보잉사는 한국의 차기전투기 기종 선정 과정에서는 한국항공 쪽과 10억달러 상당의 절충교역을 합의하였다가 한국 정부와 F-15K 도입 본 계약을 체결한 이후로는 한국항공 쪽과의 합의를 파기해 버렸다. 이런 횡포는 보잉사와 얼마나 굴욕적으로 계약이 맺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지금이라도 국방부와 청와대는 차기전투기 도입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당장 도입 계약을 무효화할 것을 정중히 촉구한다. 아울러 감사원에 대해서는 감사 결과를 즉시 국민 앞에 밝힐 것을 촉구한다. 그럴 때만이 차기전투기 기종 도입으로 침해된 우리의 주권과 국익, 국민의 자존심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유영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평화군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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