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3. 9. 17] '국방비 증액'반대 청와대 앞 기자회견문

평통사

view : 2001

노무현 대통령은 무리한 국방비 증액 방침 철회하고
무분별한 미국무기 도입계획 즉각 중단하라!


얼마 전 기획예산처는 올해보다 8%나 늘어난 18조 9천억 원의 국방예산을 포함하여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 그에 따르면 국방비 증액분이 내년도 전체 예산 증액분 2조4천억 원 가운데 무려 60%인 1조4천억 원을 차지한다. 아울러 정부는 현재 GDP 대비 2.7%의 국방비를 연차적으로 3%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내년도 국방예산의 대폭 증액은 우리 정부의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라 미국의 강요에 따른 것이자 도탄에 빠진 민생을 철저히 외면한 독선적인 결정이고 한반도 평화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그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노 대통령은 국방비 대폭 증액과 각종 첨단 미국 무기도입을 강요하는 미국의 압력을 거부하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군사주권 확보에 즉각 나서야 한다.

미국은 동북아 중시와 기동력·정밀타격능력을 위주로 하는 자신의 호전적인 '신군사전략'을 한반도에 관철하기 위해 용산 미군기지 이전, 미 2사단 재배치, 한미연합전력 증강, 한미간 군사임무 전환 등의 이른바 '한미동맹 재조정'을 꾀하고 있으며 그에 소요되는 비용의 대부분을 한국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 당국자들이 한국에 노골적으로 국방비 증액과 미국 무기도입을 강요하는 것도 미국이 한반도에서 자신의 호전적인 신군사전략을 구사하는데 드는 비용을 우리 나라의 돈으로 충당하려는 저의에서 나온 것이다.
"정보와 작전기획능력을 보강하고, 군비와 국방체계도 그에 맞게 재편"함으로써 "10년 이내에 자주국방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8·15경축사 발언도 현재의 대미 군사적 종속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북한·중국 패권군사전략을 구사하는데서 한국의 보다 강화된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미국의 요구에 충실한 것이다.
연 6%의 예산 증액으로 '첨단 전략군'을 육성한다는 '국방중기계획'을 세워놓은 국방부가 이를 무시하고 갑작스럽게 무려 28.3%에 이르는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기획예산처에 제출했었던 것이나 기획예산처가 전체 예산 증가율을 2.1%로 극히 낮게 잡을 정도로 내년도 정부예산을 초긴축으로 편성하면서도 유독 국방비만 대폭 증액시키려고 하는 것은 미국에 굴복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자주국방'을 위한 선결 조건은 군사적 주권의 상징인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려는 아무런 의지도 없으면서 국방비만 늘리면 자주국방이 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자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사대주의적인 태도를 가리기 위한 한낱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쥐고 있고 한국군 보유의 각종 미국제 첨단무기의 운영을 미군에 의존하게 되어 있는 지금의 조건에서 우리 국방비를 늘리고 미국 무기를 계속 도입한다면 대미 군사적 종속이 더욱 강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자주국방의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페트리어트 미사일, 조기경보기 등 미국의 MD관련 무기도입 요구와 국방비 증액 압력을 단호히 거부하고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하위협정의 개폐, 전시작전통제권의 즉각 환수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또한 노 대통령은 남북 화해와 통일에 역행하는 국방비 증액 방침을 철회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실현에 앞장서야 한다.

노 대통령은 '남북 교류협력의 지속 및 확대'와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국민 앞에 공약하였다. 이 같은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노 정부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남한의 국방비 누계가 1980년을 전후하여 이미 북한을 앞질렀고 한 해 남한의 국방비는 북한의 10배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남한은 북한에 비해 국민총소득이 28배, 인구가 2.1배에 달하는 등 총체적 전쟁수행능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남북 화해와 협력, 한반도 평화실현에서 우리 정부의 주동적인 노력이 더욱 절실함을 말해준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국방예산을 줄여 한반도 긴장완화를 선도하기는커녕 국방비를 대폭 늘림으로써 거꾸로 한반도 긴장 고조를 선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2006년까지 북한의 연간 군사비의 7∼8배에 이르는 110억 달러를 주한미군 전력증강을 위해 투자하기로 한 미국의 계획이 군비경쟁의 유도를 통한 북한 붕괴를 노린 것이자 미국무기의 도입을 우리 나라에 강제하기 위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우리 국방비의 대폭 증액으로 호응하고 있다. 이는 노 정부가 국민과의 신성한 약속을 저버리고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길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우리는 노 대통령이 남북 간 군사적 대결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동북아 중심 국가 건설에도 역행하는 국방비 증액 방침을 철회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실현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또한 노 대통령은 어려운 나라살림을 외면한 국방비 증액 방침을 철회하고 국방비를 줄여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제하는데 써야 한다.

생활고를 비관한 동반자살 소식이 꼬리를 물고, 7.4%의 청년 실업률이 가리키듯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있으며, 이경해씨의 자결에서 보듯 농민의 신음소리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정부 예산 편성도 바로 이 같은 참담한 경제 현실과 민생고를 극복하는데 최우선적인 관심을 두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초긴축으로 짜면서도 예산 증액분을 대부분 국방비로 돌림으로써 국민의 여망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 IMF 사태 때보다 더 어려운 지금 내년도 정부 예산 증가율이 2.1%에 불과한데도 유독 국방비만 8%나 증액시키는 것은 자신의 기득권을 챙기기에 바쁜 국방부의 이기주의와 독선에 정부가 휘둘린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방위력 개선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국방비의 낭비 실상이 밝혀지고 또 군 내부에서조차 타당성 문제로 각종의 무기도입 사업이 논란을 빚고 있으며, 방만한 군 구조로 인한 예산 낭비 또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터에 국방비 절감을 위한 노력을 국방부에 요구하기는커녕 도리어 국방예산의 대폭 증액을 허용한 기획예산처의 처사는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지극히 한정된 내년 예산 증액분 가운데 대부분이 국방비 증액에 들어가게 되면 사회복지나 경제회생에 투입될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획예산처는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320만 명의 '차상위 빈곤계층'에 대한 의료비 및 교육지원비 2,340억 원을 전액 삭감시켰다. 1인당으로 따지면 겨우 월 6천 원에 불과한 액수이지만 이것마저도 국방비의 증액으로 지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 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3위이지만 보건복지 예산규모가 세계 130위로 부끄러운 복지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주원인은 과도한 국방비에 있다.
우리는 노 대통령이 나라 살림과 민생을 외면한 기획예산처의 국방비 대폭 증액안의 재검토를 지시함으로써 국민혈세의 낭비를 막고 국민복지의 대폭적인 확충과 경제회생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혈세를 축내고 귀중한 우리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뿐인 미국의 이라크 파병 강요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한국 전투병의 이라크 파병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그 어떤 도덕적 정당성도 합법성도 없는 불법 침략행위이며,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더러운 전쟁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의무병과 건설공병 파병도 한사코 반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미국은 이라크 민중의 저항으로 궁지에 몰리자 자신들의 희생과 부담을 덜 기 위해 우리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정적 부담을 질 것을 강요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전투병 마저 파병하게 된다면 미국이 빠진 수렁에 우리가 대신 들어가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노 대통령이 미국의 파병 압력을 단호히 거부하고 우리의 주권과 자존심을 지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3. 9. 17.

평통사,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사회진보연대
참여연대, 평화네트워크, 하기/되기, 자통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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