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3. 11. 25] 11/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께 드리는 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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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께 드리는 서한


예결위원장님 귀하

건실하고 균형 있는 나라살림을 편성하기 위해 힘쓰시는 귀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당초 정부에서 제출한 것보다 1,700억 원을 증액한 19조 1,112억 원의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예결위 심의로 넘겼습니다.
기획예산처 단계에서부터 국방비 증액을 반대하는 활동을 줄기차게 벌여온 우리는 국방위원회의 국방예산 예비심사 결과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밝히면서 실질적 예산심사의 마지막 책임을 맡고 있는 귀하에게 다시 한 번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예결위원장님!

먼저 우리는 긴축예산 편성 방침에 맞게 2004년도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해 주실 것을 귀하께 요청 드립니다.
국방위에서 넘긴 내년도 국방예산 19조 1,112억 원(이하 '국방위 안'으로 부르겠습니다)은 그 증가율이 올해 대비 9.1%로, 전체 정부 예산 증가율 2.1%보다 무려 4배를 넘습니다. 이 같은 국방비의 대폭 증가는 정부의 초긴축 예산 편성 방침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으로, 어려운 나라 경제와 민생을 완전히 도외시한 처사라는 국민적 지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현재 우리 국방비는 북한과 비교해서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벌써 과도한 수준에 이르러 있다는 점에서 내년도 국방예산의 대폭 증액은 결코 설득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남한은 한해 국방비가 북한의 10배에 이르며 전쟁수행능력에서도 북한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국방예산이 이미 세계 10위 수준임은 귀하께서도 익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SIPRI연감' 2003년 판에 따르면 GDP 대비 국방예산 비율은 세계 평균이 2.5%인데 반해 우리의 경우 전·해경비, 병무청비 등을 포함하면 3%가 넘습니다.
따라서 내년도 국방예산은 증액이 아니라 삭감되어야 마땅합니다.
이에 우리는 귀하가 '국방위 안'을 엄정히 심사하여 나라살림에 무리를 주지 않고 국가경제 회복에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또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폭 삭감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예결위원장님!

또한 우리는 2004년도 국방예산에서 타당성을 결여하고, 불요불급하며,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고, 대미 군사적 종속을 심화시키는 사업들에 배정된 예산을 전액 또는 대폭 삭감해 주실 것을 귀하께 강력히 촉구합니다.

첫째, 무기도입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소요제기 과정에서부터 사업의 타당성, 경제성, 기술적 성공 가능성, 개발지연으로 인한 전력공백 가능성, 절차의 파행성 등 모든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한국형다목적헬기사업(KMH) 예산을 반드시 전액 삭감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둘째, 미국의 MD체제에의 편입을 의미하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와 한국형 구축함 사업(KDX-Ⅲ) 등 MD관련 무기체계 도입 예산도 전면 재검토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이 같은 MD 무기도입은 미국의 동북아 군사패권전략에 호응하기 위한데 그 주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이른바 우리 나라의 자주국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그에 역행할 뿐입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역행하고 우리 국민에게 부담만 지우는 MD 무기도입은 중지되어야 하며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되거나 적어도 재검토를 위해 유보되어야 합니다.
셋째, F-15K도입예산의 전액 삭감을 요구합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F-X사업의 기종 평가가 부적정했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국가 기관에 의해 F-15K 선정이 잘못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이처럼 F-X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명백한 근거가 드러났는데도 국회가 F-15K 도입예산을 승인한다면 국회는 자기 책임을 저버린 것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될 것입니다.
넷째, 국방위가 100억 원을 삭감하여 예결위로 넘긴 지휘헬기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합니다. 현재 경호용을 제외한 대통령 전용헬기는 VH-60 3대로 1992년에 도입되어 기령이 10년 밖에 안된 기종입니다. 육군의 Utility 기종(UH-1H와 UH-60)을 예로 들면 그 사용기한은 40년입니다. 10년밖에 안 된 전용헬기를 놔두고 1,275억 원을 들여 또 다른 전용기 3대를 구입한다면 이는 국민이 결코 납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청와대 경호실이 추진하고 있는 지휘헬기사업은 현재의 전용헬기 기령이 다할 때까지 전면 중단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 한미소파 특별협정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등 주한미군 지원비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 해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미군의 한국 주둔은 미국 자신의 군사적 필요와 요구에 따른 것이며, 용산 미군기지 이전도 미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전비용 모두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또 지금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은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90년 합의각서에 의거한 것입니다. 따라서 불법적이고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은 중단되어야 하며, 그에 따른 대체부지 예산 역시 재협상 때까지 전액 삭감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7,084억 원도 한미SOFA 규정에도 위배되는 불법으로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국방비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분담율은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여섯째, 부사관 3,000명 증원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합니다. 병의 복무기간 단축을 이유로 책정되어 있는 부사관 증원 예산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는 국군 규모, 특히 비대한 육군 규모의 확대로 이어져 병력 감축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일곱째, 과다하게 책정되어 있는 경상운영비 분야에 대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예산 이외의 예산을 전액 삭감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특히, 경상적 기본사업비, 교육지원비, 중·특식 및 특수식량비, 특수피복비, 정보체계 운영비, 참모부 운영지원비, 시설보수비, 상근예비역 운영 및 공공봉사 기초훈련비 등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수석전문위원이 이미 지적한 것처럼 과다하게 책정되어 그 일부가 이·전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 예산은 엄밀히 심사하여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합니다.
끝으로, 전력투자비 부족을 외치면서도 상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전력투자사업비의 인건비로의 이용 관행도 그 잘못이 바로잡아져야 합니다. 이 같은 이용 관행은 전력투자비가 늘 부족하다는 국방부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인 한편 과도한 병력 유지에 따른 인건비의 낭비가 엄청남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력투자비 항목 하나 하나에 대한 엄격한 타당성 검토가 이뤄져야 합니다. 아울러 '군 인건비 10% 절감 5개 년 계획'과 '2005년까지 4∼5만 명의 병력 감축계획'을 백지화시킴으로써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자초하고 있는 군의 책임도 물어져야 합니다.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병력구조의 과감한 개혁과 병력 감축을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도 내년도 국방비의 증액을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마무리 작업에 힘쓰시고 계신 예결위원장님!

나라 경제가 무척 어렵고, 민생은 도탄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경제와 민생 회복에 우선적으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불요불급하며 군 상층부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예산은 철저히 삭감해야 합니다. 또 남북 화해에 역행하고, 대미 군사적 종속을 심화시키는 전력투자비 관련 사업 예산도 대폭 삭감되거나 전면 재검토돼야 합니다. 군만이 '국방'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의 성역으로 남아 있다면 그런 군에 대하여 국민은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예결위원장님!

첨단 무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군사주의자들이나 어떻게든 많은 예산을 따내려는 군 관계자들의 구태의연하고 기득권에 사로잡힌 사고는 정부의 긴축재정 방침이나 균형 있는 예산 편성 방침에 정면으로 어긋날 뿐 아니라 남북화해와 동북아의 평화번영에 관한 현 정부의 국정기조에도 배치됩니다. 아무쪼록 불필요하고 과도하며, 시대역행적인 국방예산을 과감히 삭감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나라 살림이 짜여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2003년 11월 25일

평통사, 참여연대, 민주노동당, 평화통일시민연대, 자통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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