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4. 1. 14] [국방일보] 국방과학연구소 이대열 박사, “새해에는 KF-X사업 기반 마련”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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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KF-X사업 기반 마련”

<인터뷰>국방과학연구소 이대열 박사


“2015년께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공군의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적용될 항공전자 분야와 항공무장제어 계통의 핵심기술을 사전에 개발, 검증했다는 데 KO-1기의 개발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4년여간 추진해온 KT-1 저속통제기(XKO-1)사업을 지난해 12월18일로 완벽히 마무리 지은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체계부장 이대열(李大烈·49·공사26기·대령·사진)박사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비로소 그만의 시원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는 지난해 7월11일 XKO-1기가 전투사용 가(可) 판정을 받은 데 이어 8월13일 표준화심의위원회에서 규격제정(안)이 통과돼 공식적인 연구개발사업을 끝낸 후에도 줄곧 인터뷰 요청을 사양해왔다. 

갑신년 새해를 맞아 2일 만난 이박사는 KO-1기가 갖추게 될 주요 성능에 대한 기술적 설명과 연구진이 헌신적으로 기울인 노력만 들려줄 뿐 국내 독자기술로써 또 한 번 이룩한 ‘성취’와 ‘자부심’에 대한 표현을 애써 피하곤 했다. 

저속통제기란 전투기가 지상공격에 앞서 작전지역을 정찰, 정확한 위치와 목표물을 찾게 해 주는 전술 항공기. 공군은 수명이 다해 가는 O-2A기를 대체하기 위해 1993년 후속 항공기를 외국에서 도입할 계획을 추진했으나 당시 KT-1기의 개발성공이 예상됨에 따라 이를 성능개량, 저속통제기로 운용키로 확정했다. 

비행훈련 목적에 중점을 둔 KT-1기에 무장(로켓과 기총) 및 외부보조연료 탱크, 그리고 무장제어 장치와 개량된 항공전자 장비 등을 탑재함으로써 전술통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속통제기 KO-1 개발의 핵심. 

사업은 99년 4월19일 사업집행 승인이 나면서 착수됐지만 벌써 예비설계검토 단계까지 진척된 상황이었다. KTX-1기의 운용시험이 한창이던 98년 후반에 이미 XKO-1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설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전 비용분석 평가’가 도입되면서 그 첫 분석 대상이 XKO-1사업이 됐다. 이박사 등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때 사업예산이 55억 원이나 삭감됐으며 업체와 시제계약이 이뤄진 그해 연말까지 7개월이라는 사업기간의 공백이 초래됐다. 결국 나중에 38억 원의 예산증액과 함께 사업기간도 6개월 연장 승인을 받았다. 

XKO-1 시제기로는 KT-1 기본훈련기 사업 때 운용됐던 시제 04호기와 05호기를 활용했다. 04호기는 제한적으로 개조해 외부 장착물이 추가된 형상에 대한 비행성능 검증에, 05호기는 저속통제기 형상으로 완전히 개조해 시스템 성능과 무장발사 성능을 입증하는 데 이용했다. 

연구개발 중 가장 어렵고 위험했던 부분은 로켓 발사관과 외부연료 탱크를 기체 외부에 장착함에 따른 외부장착물 투하 안정성 확인시험과 2.75인치 로켓 발사시험. 국내에서는 아직 한 번도 수행해본 적이 없는 시험들로 안전성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최초 투하시험을 시작할 때는 10여 회의 시험이 한 달이면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서해안 특유의 빈번한 해무(海霧), 기상악화, 투하물 회수 등의 문제로 3개월이 소요됐다. 특히 로켓 발사시험에서는 공군이 전체적인 시험계획과 준비상태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으며, 이도 모자라 공군 시험관리 및 안전담당 부서가 시험현장을 방문해 재차 시험안전 진단을 실시하기도 했다. 

KO-1기 개발에 있어 가장 큰 성과는 비행과 관련된 항법·통신·사격통제 시스템을 통합 관장하는 항공전자 임무 컴퓨터와 관련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독자적으로 개발, 탑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임무 컴퓨터에서 생성된 정보를 전방상향시현기(HUD)와 다기능시현기(MFD)를 통해 조종사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은 우리 공군의 주력 F-16기에 탑재된 것에 비견되는 첨단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조종사가 야간투시경(night vision goggles)을 운용하기에 적합하도록 항공기 내외부에 장착한 야시조명장비(night vision imaging system)도 KO-1기의 돋보이는 특징. 조종사가 주간과 유사하게 외부환경을 볼 수 있어 심리적으로 더욱 안정된 상태에서 임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 

이처럼 KT-1기의 우수한 비행성능에 더해진 최신 항공전자 및 무장제어 시스템, 그리고 야간작전 수행능력에 따라 KO-1은 이미 세계의 동급 항공기 판매시장에서 스위스의 PC-9 계열 항공기 등과 함께 3대 기종으로 주목받고 있어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항공기 수출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10년간 총 1조5000억 원의 수출이 예상되며 현재 멕시코·콜롬비아 등과 수출을 위한 협상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 이미 어둠이 내린 시각. 이박사는 퇴근할 생각조차 않고 있다. “아직 미흡하고 갈 길이 멀다”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이박사가 항공기체계부장으로서 2015년께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 팀장도 겸임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그동안 KF-X의 출범을 위해서도 동분서주한 이박사는 “갑신년 새해는 한국형 전투기사업의 기반을 닦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사업,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우리나라를 세계 열두 번째 항공기 개발국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한 KT-1사업을 처음 시작했던 당시, 그때 가졌던 연구원들의 초심(初心)을 강조한 이박사는 “많은 연구원과 더불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항공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하나하나 쌓아 나가겠다”고 다짐해 보였다. 

〈글·사진=신인호 기자 idmz@dema.mil.kr〉 

200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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