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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6][오마이뉴스]수원-오산·평택-군산-광주, 'MD 벨트' 뜨나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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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오산·평택-군산-광주, 'MD 벨트' 뜨나

수원-오산·평택-군산-광주, 'MD 벨트' 뜨나
[심층분석 : MD와 한국의 선택 -상] MD와 한중관계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정욱식(cnpk) 기자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공백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한반도 안팎에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사일방어체제(MD) 관련 무기체계 및 조직체계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의 안보 지형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MD의 1차적 목표물이 되고 있는 북한은 물론이고, MD를 21세기 자국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2006~2008년경에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이 지금부터 치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한국에 추가로 배치될 예정인 PAC-3

ⓒ2004 미국과학자협회
최근 미국의 주한미군 재편 계획을 보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MD에 있다. 미국은 이미 작년 8월 말에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을 추가로 배치한 것을 비롯해, 현재 오산·수원·군산에 모두 48기(6개의 포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올 가을에 전라남도 광주에 추가로 PAC-3와 PAC-2 등 16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추가로 배치하는 한편, 현재 미국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있는 제35 방공포 여단 본부를 오산공군기지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계획이 완료되면, 주한미군은 모두 64기(8개의 포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된다. 64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가운데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PAC-3의 수량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개 포대에 PAC-2는 4기를, PAC-3는 16기를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64기의 패트리어트 가운데 PAC-3는 40~50기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PAC-3가 200기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미국이 한국을 최우선적인 MD 배치 지역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근접 폭발 방식'을 채택한 PAC-2는 주로 신형 전투기 요격에, '맞춰서 요격하기(hit-to-kill)'를 채택한 PAC-3는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사용되며 사거리는 70km이고 고도 24km 내에 있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이론'이다.

미국은 한국에 패트리어트를 배치하는 것과 함께, '합동전술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라고 불리는 이동식 조기경보 레이더를 이미 배치했다. 한미연합사에는 'CJTMOC'라는 기구를 만들어 MD 작전 교리를 개발해 오고 있으며, 을지포커스 렌즈 등 한미합동군사훈련에 MD 작전을 포함시켰다. 또한 올해 9월에는 최첨단 전투체계 및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기능을 갖춘 이지스함을 동해에 배치할 예정이다.



▲ 9월에 동해에 배치될 예정인 이지스함

ⓒ2004 미국과학자협회

미국이 이처럼 한국을 최우선적인 MD 배치 지역으로 삼고 관련 무기체계의 배치 및 조직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 및 중국을 상대로 한 군사전략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전방 배치된 주한미군 병력이 일부 감축되고 나머지는 오산·평택기지로 후방 배치 되면 주한미군은 북한의 막강한 장사정포 사정거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전력만 무력화시킨다면,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군사적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선제공격 능력을 배가시키는 것과 함께, MD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과 MD

미국의 한국 MD 배치 계획과 관련해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떤 나라가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키겠다"는 이른바 미국의 '군사 수위전략(military supremacy strategy)'이다. 여기서 어떤 나라란 바로 중국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을 21세기 미국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다른 나라와 동맹관계를 맺는 것을 예방하면서 중국을 둘러싼 국가들에 군사 기지를 확보하고, 이라크와 중앙아시아 등에 있는 에너지원을 사전에 장악해 중국을 압박하며, '하나의 중국 정책(One China policy)'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경우, 중국에 대해 핵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정책을 세워놓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정책은 한미동맹 재조정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에게 북한 방어 작전의 부담을 넘기면서 주한미군을 '기동군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육군 비중을 줄이면서 해공군력과 정보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이처럼 미국이 대중국 봉쇄 및 무력 개입의 전초기지로 한국을 삼고 있다면, 중국 역시 한국 내에 있는 미군기지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최근 중국이 한국을 겨냥해 미사일 배치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이 대중국 군사전략의 차원에서 한국을 전초기지로 삼고, 이에 맞서 중국이 한국 내에 있는 미군기지를 겨냥한 미사일 배치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서부의 'MD 벨트'

이와 관련해 미국의 패트리어트 부대가 수원-오산·평택-군산-광주 등 한국의 '서부' 쪽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동북아 기동군으로 재편하면서 중국의 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오산·평택을 동북아 기동군의 중추기지로 삼고 군산 공군기지를 계속 잔류시키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이들 기지를 북한이나 중국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산·평택 및 군산에 있는 미군기지와 이를 방어할 MD 기지가 들어서는 광주, 수원 등이 중국의 1차적인 미사일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21세기 자국의 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로 MD를 뽑고 내부적으로 핵미사일 전력을 강화시킨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해 미사일의 수를 크게 늘리는 한편, 미국의 선제공격으로부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이동식 미사일 개발에도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미국 주도의 MD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다탄두 미사일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참고로 중국은 현재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약 120기의 핵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MD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대만 문제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공군력에 있어서 결코 대만보다 우세에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중국은 대만의 독립 의지를 꺾는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미사일'을 삼아 왔다. 그런데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MD가 구축되면, 한편으로는 대만의 독립 의지를 부추기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사시 중국의 미사일 위력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중국은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미국이 MD를 갖게 되면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억제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안간에 무력 충돌 발생시 가장 중대한 변수는 미국의 개입 여부이다. 미국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군사적 억제력이 사실상 미사일밖에 없는 중국으로서는 MD를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미중간에 MD 문제를 놓고 치열한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MD 전초기지가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주한미군의 동북아 기동군화 및 한국의 MD 전초기지화를 막지 못하면,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강화'가 우리의 유일한 생존 전략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가 심사숙고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이는 '미국이냐, 중국이냐'는 얼토당토 않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양국을 상대로 한 '균형외교'와 양국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예방외교', 그리고 양국의 충돌시 한국이 희생양이 되지 않는 '독자외교'를 지금부터 마련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강화'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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