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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0] [한겨레21 04.10.19] 총체적으로 한국군이 우세합니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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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으로 한국군이 우세합니다”

[한겨레21 2004-10-19 09:51]


[한겨레] ‘북한 군사 우위론’ 반대 근거 펼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 단순 수치 비교의 무의미성 강조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한국의 국내총생산 규모는 북한의 25~35배에 이른다. 필요한 만큼의 억지력을 부담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2003년 6월 미국 군부 인사들과의 회동에서). 주한미군 감축과 남쪽으로의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한 이야기였다. 그의 말에서는 그렇게 해도 한국군의 대북 억지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어감도 읽힌다.

고정관념 굳히기, 국방부도 도와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1990년 이후 북한의 군사비 지출이 한국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테면 1999년 기준으로 북한은 21억달러의 군사비를, 한국은 그것의 5.76배인 120억8800만달러를 지출했다. 한국은 1974년에 시작된 1, 2차 율곡사업과 방위력 개선사업 등을 통해 약 70조원의 전력증강비를 투입했다. 그렇다면 꾸준한 투자 결과로 한국군의 전력이 북한군의 그것을 이미 상당 수준 능가하는 것으로 봄직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북한이 남한에 비해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강하다. 10월4일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진 의원(한나라당)이 ‘보름 만에 수도 방어선 붕괴론’을 주장해 큰 파장을 몰고 온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는 “국방연구원이 휴전선 서부전선을 담당하는 미 2사단 재배치를 전제로 전쟁 여건 변화를 모의 분석한 결과 한국군 단독으로 북한군의 침략을 막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보름여 만에 수도 서울 방어선이 무너지게 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방부는 “주한미군 완전 철수, 미 증원군 전개 차질, 북한의 성공적 기습 등 최악의 상황을 전제한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경우”라고 일단 반박했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적 우위론’이 막연한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은 데는 국방부도 한몫해왔다. 국방부는 1988년 기준으로 남한의 종합적 전력이 북한 것의 65%(1989년 <국방백서>)라고 밝혔다. 이어 해마다 그 수치를 조금씩 높여 1996년에 한국군만으로 북한군의 74%, 주한미군이 북한군의 8% 전력(한-미 연합 전력으로는 82%) 수준이라고 발표한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종합전력 수치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또 국방부는 1990년 <국방백서>에서 “군사투자비 누계에서 남한이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북한을 능가할 수 있으며, 군사력 균형은 2000년대 초반에 가서야 이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인 2003년에 간행한 <참여정부의 국방정책>에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의 실체는 변함이 없는 실정”이라는 포괄적 언급만 하기에 이르렀다.

국방부의 태도에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 파악 수준을 공개하기 어려운 정보 보안 측면의 고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전력은 가장 ‘짜게’, 상대방의 그것은 가장 ‘후하게’ 계산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는 군부의 일반적 경향도 작용하는 것 같다. 북한의 위협이 군부의 ‘존재 이유’가 되는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국방위원인 임종인 의원(열린우리당)이 새로운 발상에서 남북한 전력 비교를 시도하고 나섰다.

임 의원은 10월4일 국방부 감사에서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총체적 국력임을 전쟁사가 증명했다”며 “경제력과 동원능력을 포함한 총체적인 국방력은 (주한미군을 제외하더라도) 한국이 우세하다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서울까지 못오는 북 장사정포·방사포

그의 분석으로 들어가보자. 2004년 국방부 업무보고 자료 등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상비군으로 69만1천명을, 북한은 117만명(양쪽 모두 육·해·공군 합계)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임 의원은 “현대전은 인해전술이 아니라 첨단 무기 체계와 정예군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양쪽 모두 단순 병력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한 인구(4800만명)의 절반 이하인 북한(2280만명)이 남한보다 많은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도 허수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며 “당장 북한 수치에는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 인력이 상비군으로 들어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상군 전력의 핵심인 전차는 북한이 3700대, 한국이 2500대로 단순 수치는 한국이 열세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한 T-34와 M-1985 500여대는 한국전쟁 때 사용된 것으로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고 임 의원은 주장했다. 그는 “한국군은 북한에 한대도 없는 K1A1, K1, T-80U 등 최신형 전차를 1180여대나 보유해 질적 측면에서 압도적 우세”라고 말했다.

해군 함정은 총 척수에서 북한이 353척, 한국이 281척으로 역시 한국이 수적 열세이다. 그러나 실제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하는 구축함, 프리게이트함 등 1천t급 이상 대형 함정은 북한 3척, 한국 39척으로 집계된다. 임 의원은 해군력의 한국 우위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만약 북한이 보유한 소형 함정이 크게 위협적이라면 우리도 비용이 저렴한 소형 함정 위주로 전력을 증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군력은 북한이 525대, 한국이 490대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임 의원은 “한국 공군은 최상위급 전투기인 F-16을 153대 보유한 반면에, 북한은 (비슷한 급으로) MIG-29와 MIG-23을 76대밖에 갖고 있지 못하다”며 “한국 전력이 압도적인 우세”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불바다론’의 진원이 되고 있는 북한 장사정포와 방사포에 대해서도 임 의원은 다른 견해를 폈다. 그는 “구경 170mm포의 최대 사거리는 60km이지만 유효 사거리를 따지면 40km로 서울에 미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장사정포와 방사포를 평소 장치해둔 동굴에서 꺼내 발사하고 다시 옮기는 데 31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북한군의 최초 발사 직후 우리 전자 장비가 발사 지점을 포착해 14분 뒤부터 대응포격을 시작하는 것으로 계산할 때 북한 포병이 5분 이상 계속 발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이런 분석을 토대로 “육·해·공군 모두 한국의 전력이 우세하다”며 “북한의 재래식 전력이 우세하다는 국방부의 기존 분석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방부는 “그러한 분석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단 반박했다.

어쨌든 남북한의 객관적 전력 비교가 모든 외교안보 정책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임 의원의 시도엔 나름의 의미가 담겨있다. 이를테면 한국군 단독 전력만으로도 대북 우위가 확보된다면, 주한미군 감축 문제도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기’가 아니라 훨씬 자주적으로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군 전력 증강에서 과도한 예산 낭비를 막을 여지도 당연히 생긴다.

자주적 협상·예산 절감 위한 근거되나

임 의원의 분석에는 한계도 엿보인다. 우선 그는 국방부 <국방백서>와 서방 연구기관 보고서 등 기존의 공개된 자료를 모아 분석의 기초로 삼았다. 이를테면 중국이나 러시아쪽을 비롯해 북한 사정에 좀더 근접할 만한 새로운 정보를 이번에 수집하진 못했다. 임 의원은 인권변호사 시절의 평판이 괜찮지만, 초선으로서 국방 전문가로서의 권위는 아직 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분석에 ‘북한 우세론’이라는 막연한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부·여당 차원의 첫 시도라는 의미만큼은 분명히 담긴 것 같다. 학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서 제기하는 데 그치던 문제의식을 국가정책 무대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10월23일까지 실시되는 국정감사 기간 동안 육·해·공군 등을 상대로 남북한 전력을 지속적으로 비교 검증하겠다고 한다. 그 결과를 묶어 ‘신국방백서’ 형태로 발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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