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4/10/20] [주간조선 04.10.14] 미국 "동북아, 유럽서 사상 최대 철군, 재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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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유럽서 사상 최대 철군·재편 진행중”
[주간조선 2004-10-14 22:11]

미국은 2001년 ‘9ㆍ11 테러’ 직후 발간된 ‘4년 주기 국방검토보고서(Quadrennial Defense Review Report 2001: 이하 QDR 2001로 약칭)’를 통해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미국의 이익이 위협받을 것인지, 언제 미국인이 공격을 당할 것인지, 또는 공격을 받을 경우 언제 미국인이 희생될 것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다”는 표현을 통해 미래 위협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이는 새로운 군사력 건설 및 운용 소요와 연결되는 것으로, 해외주둔 미군의 전력 조정의 주요한 동인(動因)이 되었다. 실제로 미국은 2003년 11월과 2004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전세계적 방어태세 재검토(Global Defense Posture Review: 이하 GPR로 약칭)’ 계획을 통해 미래에 대비한 군사력 재편 계획의 윤곽을 제시한 바 있다.
동북아 지역 역시 이 같은 미국의 군사력 재편의 핵심 지역 중 하나이다. 이미 한ㆍ미 간에는 주한미군의 규모 조정을 위한 국방당국간 협의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ㆍ일 간에도 기지체계 및 주일미군 조정을 위한 협의가 약 20개월에 걸쳐 진행되어 왔다. 또한 괌 기지의 전략적 효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 역시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동북아 지역 군사력 재편은 단순히 미국 자체의 차원을 넘어 여타 주변국의 군사력 건설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크며, 미국의 대(對) 우방 및 동맹정책에 있어서도 주요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GPR로 대변되는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전력 조정정책은 미국 신 안보전략의 논리적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안보전략에 입각한 소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려면 경량화ㆍ기동화 되고 원거리 타격력이 증대된 미군 전력의 재조정이 필요하며, 유사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미군 전력을 신속히 이동하여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려에 따라 미국은 이미 부시 행정부 출범을 전후한 시기부터 해외주둔 미군을 고속 기동화하는 데 중점을 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지난해 11월 부시 대통령의 발표에 의해 공식화되었다.
미국의 GPR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이는 현재 해외에 전개된 군사력의 구조와 규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04년 5월 미 의회 예산국(CBO)이 발표한 ‘미 육군 해외기지 변화 방안’ 보고서에 기반할 때 2002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은 본토에 121만5000명의 병력을 유지(육군 39만3000명, 해군 36만5000명, 공군 30만8000명, 해병대 14만9000명)하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 영국에 공군 1만명, 독일에 7만1000명(육군 5만6000명, 공군 1만5000명), 이탈리아에 공군 4000명을 주둔시키고 있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경우, 한국에 3만8000명(육군 2만8000명, 공군 및 기타 전력 1만명), 일본에 4만명(해군 6000명, 공군 1만4000명, 해병대 2만명)을 전개해 놓은 상태였다.
이러한 군사력 배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통해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2003년의 이라크 전쟁과 전후 처리 과정에서 유럽과 미 본토 전력 중 상당수가 중동 지역으로 이동하였으며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이라크에서 작전하는 미군의 규모는 약 15만명선에 달하게 되었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8월 16일(미국 현지 시각) 발표한 2차 GPR 성명에 따를 경우, 향후 10년간에 걸쳐 6만~7만명 가량의 해외주둔 미군이 본토로 귀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라크 전후 처리와 GPR의 지속적인 추진은 미국의 해외 군사력 배치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신형 공중급유기 100기 도입 계획
미국의 각종 언론매체 기사 및 안보ㆍ국방당국자들의 발언을 종합할 때 GPR은 단순한 개념적 구상의 차원을 넘어 일종의 로드맵 초안이 완성되어 있는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유럽 주둔 미군 11만9000명 가운데 3분의 2를 철수시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철군 계획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하였고, 또 지난 3월 25일 워싱턴 포스트지는 주독(駐獨) 미군 7만1000명 중 절반 가량이 감축될 예정이며, 미래의 신속한 전력투사를 위해 루마니아 혹은 불가리아에 소규모 기지들이 건설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아ㆍ태 지역 미군과 관련해서도 재배치 구상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고든 잉글랜드 해군장관은 미사일 방어(MD) 계획의 일환으로 이지스함 1척을 9월까지 일본 해역에 조기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달 워싱턴포스트지는 아ㆍ태 지역 주둔 미군 10만명 중 1만5000명 가량이 감축될 예정이라고 보도하였다. 또한 괌의 전략적 중요성이 증대됨으로써 향후 괌 기지가 미국의 아ㆍ태 전략에 있어 군수 및 전략기획의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등장하였다. 이와 함께 일본 산케이 신문은 아ㆍ태 지역을 담당하는 미 육군 1군단 사령부를 일본의 자마(座間) 기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 중임을 보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GPR의 추진과정에서 전반적인 미국의 해외주둔 군사력의 규모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판단되나 전력의 질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그 동안 미국이 추구하여 온 ‘군사혁신(RMA)’과 국방 변환의 성과라 할 수 있으며 10여년에 걸친 변화를 통해 미국은 보다 적은 전력으로 더 큰 파괴력을 구사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다.
미국이 GPR 추진의 핵심 사항 중 하나로 ‘규모가 아닌 능력(focus on capabilities, not numbers)’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미국의 각 군은 현재 기동성과 전력투사능력, 원거리 정밀 타격능력, 그리고 육ㆍ해ㆍ공 3군의 유기적 통합작전능력 등에 중점을 둔 군사력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군의 경우 ‘21세기 해군력’에 따라 ‘ForceNet’으로 불리는 통신ㆍ정보 네트워크에 의해 해상타격, 해상방어, 해상주둔의 3개 핵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군사력 건설 방향이 정립되어 있으며 해외작전능력 향상을 위해 향후 37개의 기동타격단(strike group)을 편성ㆍ운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동타격단에는 12개의 기동항모단, 12개의 원정타격단, 9개의 타격ㆍ미사일 방어 행동단, 4개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타격부대(크루즈 미사일 발사 기능과 특수부대 투사력을 동시에 갖춘)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공군의 경우, 2006년에서 2011년 사이 100기의 KC-767A 신형 공중급유기를 도입할 계획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기종은 기존에 미국이 사용하였던 KC-135E보다 20% 이상의 연료저장기능과 비행 중 자체 급유기능을 지니고 있어 미군의 신속전개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킬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 공군은 무인공격기 ‘프레데터’의 성능을 보다 향상시키는 동시에 향후 20년 이내에 미 본토에서 세계 전 지역의 목표물을 2시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는 극(極) 초음속 무인비행기를 개발하는 ‘FALCON’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육군의 경우, 이미 진행되고 있는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과 같은 신속기동군의 건설에 더하여, 네트워크에 기반한 육ㆍ해ㆍ공 합동작전능력을 극대화하는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미 육군은 GPR과 함께 미래형 전투체계(Future Combat System: 이후 FCS로 약칭)를 향한 ‘목표군’(Objective Force)의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존의 여단, 사단, 군단, 군 등의 지휘체계 대신 ‘행동부대’(Unit of Action: UA, 여단급), ‘X급 운용부대’(Unit of Employment X: UEx, 기존의 사단과 군단의 중간 형태), ‘Y급 운용부대’(UEy, 현재의 군단급) 체계로의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UA는 FCS의 핵심으로 고도의 신속기동화와 네트워크화를 특징으로 하며 육ㆍ해ㆍ공 입체 작전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력증강 역시 이러한 미국의 군사력 건설방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말 라포트 한ㆍ미 연합사령관이 발표한, 3년간 110억달러가 투입될 주한미군의 전력증강계획에는 고속수송선(High-speed Vessel), 스트라이커 여단, 새도ㆍ프레데터 무인 비행기, C4I체계 개선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전력은 모두 전선을 중심으로 한 선형 방어에 집착하던 과거의 냉전형 군사력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기동전력, 정보ㆍ네트워크 전력, 신속 증원 능력 등에 중점을 둔 미래 입체 전력으로의 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동북아 지역 군비 경쟁 자극
현재 진행되고 있는 GPR은 미국이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기존의 우방ㆍ동맹국들에 대한 기존 안보공약에 있어 미국이 보다 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며, 이는 동북아 지역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GPR과 FCS를 연계할 경우, 복수의 UA를 관리하는 UEx와 UEy는 관할 지역의 상황에 따라 그 지휘전력이 유동적일 가능성이 크다. 즉 미래 미군의 전투체계하에서는 해외전력에 관한 한 상시 주둔부대라는 것은 의미가 크게 줄어들게 되며 상황에 따라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전력 증강이나 감축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특정 지역의 방위와 관련된 미국 및 해당지역 우방ㆍ동맹국들간의 관계에 있어 미국이 발휘할 수 있는 지렛대 효과가 그만큼 증대됨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의 동북아 지역 군사력 재편은 여타 주변국들의 경계심을 자극함으로써 새로운 역내 군비경쟁 여건을 조성할 수도 있다. 1990년대의 걸프전 이후 중국 등 주변국들이 첨단화와 정밀타격력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제반 개념들, 즉 신속화와 기동화 그리고 정밀화 등은 향후 주변국들의 국방전환 과정에서도 그대로 벤치마킹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대비의 소요를 제기한다. 그 동안 우리는 미래의 위협에 대비함에 있어 특정 주변국과의 갈등관계가 형성되더라도 이들이 동북아 역내의 미묘한 역학상 한국에 대해 전면전을 준비하지는 못할 것이며, 동원할 수 있는 군사력의 규모 역시 대치 지역에 국한될 것이라는 가정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동북아의 주요 전력들이 모두 신속기동화된 미래형 전투체계를 갖추게 될 경우, 국지전과 전면전의 개념 구분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점은 우리가 미래의 안보환경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특히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력 재편 방향은 그 기본틀을 유지하면서도 향후의 환경변화와 미 행정부의 성향에 따라 그 속도와 수준에 있어서는 다소의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2005년은 새로운 QDR이 발표되는 해이며, 이를 통해 차기 정부하에서 미국의 미래 군사력 건설방향의 윤곽은 보다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현재진행형의 성격을 띠고 있는 미국의 군사력 재편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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