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04/11/05] [한민족포럼 발제문] 한미동맹의 퇴행적 전환 기도와 한반도 평화 및 자주통일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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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지난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5회 한민족포럼'에서 평통사를 대표하여 박기학 정책실장이 발표한 발제문입니다. 이 발제문은 고영대 연구위원이 작성하였으며 박 실장이 고 위원을 대신하여 발표했습니다. (첨부파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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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의 퇴행적 전환 기도와 한반도 평화 및 자주통일
―주한미군의 동아시아 기동군으로의 역할 변경과 재배치를 중심으로―

고영대(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연구위원)

1. 글을 시작하며

동북아시아 안보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미·일은 2005년 초에 신미일안보공동선언을 채택하여 미일동맹의 전환을 꾀할 예정이다. 이 신미일안보공동선언을 통해 미·일 양국은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사령탑으로서의 일본의 역할과 재편된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공동 운용을 천명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한·미 양국은 2003년 2월 FOTA(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협의) 회의 예비회담에서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에 합의하고 이번 11차 FOTA(2004. 8.19∼20) 회의에서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협정에 가서명함으로써 한미동맹의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를 일정에 올려놓았다.
아태 지역의 확고한 정치군사적 패권을 노리는 한미동맹 및 미일동맹의 전환과 주한 및 주일 미군의 재배치는 동북아시아 및 한반도 평화와 우리 민족의 통일에 결정적인 난관을 조성하게 되리라는 데 그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미일동맹의 전환과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는 주한·주일 미군 재배치와 첨단 고성능 정밀무기에 의해 뒷받침되고,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과의 연합전력과 작전 능력을 배가시킴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 첨예한 군비경쟁과 군사적 대결을 불러오고 끊임없는 전쟁 위기를 조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가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에 덧씌울 멍에를 걷어내는 것은 절박한 국가적·민족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2. 주한미군의 동아시아 기동군으로의 역할 변경 의도

(1) 미국의 한미동맹의 전환 의도

미국이 한미동맹을 지역동맹으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는 아태 지역에서 압도적인 군사력을 구축하려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 미국은 미일동맹을 영미동맹 수준으로 강화시키는 한편 한미동맹을 그 하위 체계로 편입시킴으로써 동아시아에서 절대적 우위의 군사력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소련 붕괴 이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냉전체제 해체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진기지를 유지,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핵, 미사일 등 이른바 북한 위협론을 제기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대중 포위전략을 펴왔다.
이러한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은 부시 정권의 1-4-2-1이라는 신군사 전략에 따라 대북한 및 대중국 선제공격 전략과 전력을 갖추기 위해 미일동맹을 축으로 일본·남한·대만 등의 전력 강화 및 통합과 이들 국가의 대북·대중 선제공격 전략의 수립 및 강화로 구체화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은 바로 주한·주일 미군 등 동북아시아 미군의 전면 재배치 계획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대북 선제공격을 뒷받침하고 장기적으로는 대중 포위 전략의 완성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2) 한미동맹 전환의 불법성

1) 한미상호방위조약상의 규정으로 본 불법성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제3조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는 그 적용 범위와 관련하여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 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 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행정 지배 하에 있는 영토"란 북한 지역을 제외한 남한만의 영토를 의미한다. 또한 "행정 지배 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가 의미하는 바는 당시 북진통일을 외치던 이승만 정권이 무력 공격으로, 곧 불법적으로 북한 또는 그 일부 지역을 점령했을 때 미국이 이를 인정해 주지 않는 한 이 지역 역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지역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이는 대한민국 밖에서의 무력 충돌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와 같이 한미상호조약의 적용 범위는 명백히 대한민국의 영토 내로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로 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미국에 대해 적용시켰을 경우 그 적용 범위를 어디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에 대한 많은 논자들의 혼란과 확대 해석도 상당 부분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를 미국에 적용시켰을 경우, 그 적용 범위는 미국 본토와 태평양 상의 미국 영토, 곧 하와이나 오키나와(1973년 일본에 반환되기 전의)·괌 등이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 본토나 태평양 상의 미국의 행정 지배 하에 있는 영토로 국한될 뿐, 미국의 행정 지배 하에 있지 않는 동북아시아시아나 태평양, 그 밖의 세계 다른 지역이 결코 한미상호방위조약 적용 대상으로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일부 논자들은 태평양 상의 미국의 영토를 태평양 지역 전체로 확대 적용하여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가 마치 태평양 지역인 양 부당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미국에 대한 방위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에 의거하게 되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에 당연히 미국 본토와 태평양 상의 미국의 영토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미국에 대한 방위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는 본 조약의 체결 배경 및 당시 대한민국의 조건과 능력, 그리고 양국 간의 관계에 근거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과정에서 발생한 마찰과 갈등 때문에 이승만 정권을 제거할 계획까지 세웠을 만큼 미국은 조약 체결에 반대하였다. 또한 조약 체결 당시 북한에는 여전히 중국인민지원군이 주둔하고 있었으며, 휴전협정 체결 이후 한반도는 여전히 이승만이 공공연하게 북진 무력 공격을 내세우는 등 전쟁 상태와 다를 바 없었다. 또한 미국의 원조 없이는 군대조차 유지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방위가 과제나 의무로 될 수는 없었다.
더욱이 이러한 조건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에 따라 향후 미국의 행정 지배 하에 들어오게 될 영토에 대해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곧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의 "행정 지배 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라는 규정은 미국에 대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에 적용하기 위해서 도입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형식적으로는 쌍무조약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미국의 대한민국에 대한 일방적인 방위 의무를 규정한 편무조약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편무적 성격이 아니었다면 주한미군에 대한 전 국토 무상 공여와 일방적·배타적 주병권을 허용한 4조가 성립될 수 없었을 것이다.

1951년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구 일미안보조약도 편무조약이었다. 미국에 의해 무장해제된 일본이 미국에 대한 방위 의무를 질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구 일미안보조약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동일하게 제1조에서 주일미군에 대한 전 국토 무상 공여와 일방적·배타적 주병권을 허용하였다.
1960년의 신 일미안보조약 역시 편무조약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일본은 자위대라는 무장력은 갖췄으되, 집단자위권을 부정한 평화헌법 규정상 미국에 대한 방위 의무를 질 수 없었기 때문에, 비록 쌍무조약적 형식을 띠었으나 사실상 편무조약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신 일미안보조약이 그 적용 범위를 제5조에서 "일본국의 시정 하에 있는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는 데서 명확히 확인된다.
그런데 신 일미안보조약은 제4조에서 "일본 또는 극동에 있어서 국제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 일방의 체약국의 요청에 따라 언제든지 협의한다"고 하여 제6조에서 규정한 주일미군의 주둔 목적과 역할을 일본이 뒷받침하고 협조하도록 함으로써 조약이 쌍무적 성격을 갖도록 보완하고 있다. 또한 이에 따라 신 일미안보조약은 구 일미안보조약이 보장한 주일미군에 대한 전 국토 무상 공여 및 일방적·배타적 주병권을 부분적으로 부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신 일미안보조약은 공여될 시설과 구역을 하위 협정에서 규율하기로 하는 한편 임대 방식을 도입하였으며, 후일 비록 허울뿐인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주일미군의 일방적 주병권을 제약할 수 있는 '조약 제6조의 실시에 관한 교환 공문'도 교환하였다.
이와 같이 구·신 일미안보조약과 비교해 볼 때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편무조약적 성격은 더욱 뚜렷이 부각되며, 이에 따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도 미국의 영토가 아닌 대한민국 영토로 한정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편무조약이 아닌 명실상부한 쌍무조약으로서, 한국이 미국에 대한 방위 의무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적용 범위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태평양 상의 미국 영토로 국한될 뿐 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2) 한미상호방위조약 관련 문서상의 규정으로 본 불법성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당시 한·미 양국은 적용 범위를 둘러싸고 체결되기 직전까지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곧 적용 범위를 남한으로 국한시키려는 미국과 이를 한반도로 확대하려는 이승만 정권이 막판까지 충돌한 것이다. 결국 미국의 의지가 관철되었는데, 조약 관련 문건과 체결 과정에서의 몇몇 사례를 보더라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를 남한으로 국한시키려는 당시 미 행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먼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함께 체결된 미국측 양해사항(교환의정서)은 "미국은 위 조약 3조에 의거하여 일방국이 외부로부터 무장된 공격을 받을 경우를 제외하고 타방국을 원조할 의무가 없으며, 또한 현 조약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행정 지배 하에 합법적으로 인도될 것으로서 미국이 시인한 영토에 대하여 공격을 받았을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에 대하여 미국이 원조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하한 것도 있을 수 없다"고 하여 남북 무력충돌 결과 남한 영토로 된 지역이라고 할지라도 미국이 인정해 주지 않는 한 적용 범위가 될 수 없는 것으로, 조약 3조를 더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이승만 정권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초안에 "한국의 영토로부터 중공 침략자들을 몰아내는 권리를 포함하여 한국의 내정 문제에 관해 완전한 주권을 가지고 있음에 동의한다"라는 구절을 반영시키고자 하였으나 미국에 의해 거부되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당시 이승만 정권의 무력공격을 막기 위한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북을 상대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당시 북에 주둔하고 있던 중국인민지원군과 나아가 소련, 곧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과정에서 적용 범위를 둘러싸고 양국간에 심각한 대립과 갈등이 조성되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 지역을 적용 범위에 포함시킬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었지, 한반도를 넘어서서 동북아시아나 태평양을 적용 지역으로 고려할 처지나 조건·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가 대한민국 영토로 한정되어 있다는, 곧 동북아시아나 태평양 지역이 적용 범위가 아니라는 견해는 보수적 연구자들에 의해 이미 주장되어 온 것으로, 결코 새삼스러운 견해는 아니다.
1990년대 초 당시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에 대비하여 정부에 대한 정책 건의를 목적으로 작성된 한 연구는 현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를 "한국의 안전과 극동에서의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에 기여하기 위하여 미합중국은 그의 육·해·공군의 병력의 한국 내 시설 및 구역의 사용권을 허여받는다"로 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과 역할 및 책임이 명시되어 있지 않는 현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제안된 것이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가 동북아시아나 태평양 지역이 아니라는 인식에 토대하여 나온 주장이다.
또한 한 연구자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를 대한민국 영토와 미국 본토 및 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 관할 아래 있는 영토로 보고 있다. 또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신 일미안보조약 제4조와 달리 '극동 지역'의 문제가 협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대한민국이 극동 지역의 방위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협의 대상에 극동 지역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 역시 극동 지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상의 적용 범위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3) 현 한국 정부의 입장―적용 범위를 대한민국 영토로 한정

한미상호방위조약 적용 범위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대한민국의 영토'로 한정하는 입장이다. 제5차 '한미미래동맹정책구상협의회의'를 앞두고 양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를 둘러싸고 대립하였다고 한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의 "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공격"을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의 근거로 들었고, 한국은 외교통상부 조약국의 논리에 따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허용하는 근거가 없다고 맞섰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결국 법리를 무시하고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허용하는 정치적 합의를 해주었다.
최근 주한미군의 감축이 공론화된 후 반기문 장관 등 외교통상부 관료들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임을 재확인하면서 그 적용 범위에 대해 '대한민국 영토'로 다시 한 번 선을 긋고 있다.

3. 주한미군 재배치의 의도

주한미군의 재배치는 부시 정권의 신군사 전략을 뒷받침할 해외 미군기지 재배치의 일환으로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와 대북 선제공격 및 대중 포위 전력을 담보해 주는 전장 환경과 군사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우선 주한미군이 옮겨갈 평택 지역을 '전력투사중추기지(PPH)'와 '주요작전기지(MOB)'의 중간급 기지나 주요작전기지로 삼아 동아시아 지역 작전의 거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군사 전문 주간지 <디펜스 뉴스>는 2004년 6월 1일자에서 "한국을 중추(기지)로 활용하는 것은 전 세계에 임무 수행을 위한 거점들을 구축한다는 미 국방부의 새로운 목표를 예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기지와 2사단이 옮겨갈 예정인 평택 지역은 오산 공군기지와 평택항을 통해 수송기나 함선 등으로 병력과 장비를 용이하게 수송할 수 있어 동아시아 지역에 주한미군과 한미연합군을 투사할 수 있는 호조건을 갖추고 있다.
주한미군의 평택 지역으로의 재배치는 또한 북한의 장사정포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북한을 언제라도 선제공격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1994년 6월 당시 클린턴 정권이 대북 선제공격을 포기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북의 장사정포에 의한 보복 공격의 두려움이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또한 주한미군이 북한군과의 현재의 선형 대치와 인계철선의 역할로부터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북한에 대한 종심 공격과 후방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4.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의 문제점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는 우선 미국 및 그 동맹국들과의 연합전력 및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기 체계의 통합은 물론 지역동맹 차원의 전략과 조직, 그리고 지휘 체계가 새롭게 짜여질 가능성이 높다. 즉 현 대북 작전계획(5026, 5027, 5030)과 별도로 지역적 차원의 공동작전계획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지역 연합사와 지휘 체계가 수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군은 지금의 한미연합사 지휘 체계보다 전략·조직·지휘 체계에서 훨씬 더 종속적인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는 설령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더라도 그 심각성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는 또한 미국이 중국의 양안 충돌 등에 개입하게 될 때 남한이 미군의 발진 기지이자 지휘·통제 기지로 되고 병참·후방 기지로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남한이 중국의 공격 대상으로 되고 우리 군과 자원을 동원당하는 희생을 치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는 또한 주한미군의 장기 주둔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우리나라가 자주성을 회복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는 또한 남북 및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군사적 대결과 전쟁 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동북아시아 및 한반도 평화와 민족 통일에 결정적인 장애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는 또한 미국 등 특정 국가의 지역 패권 추구를 막고 동북아시아 협력 안보나 평화 공동체를 구현해 나가려는 역내 국가들의 지향에 족쇄를 채우게 될 것이다.

5. 주한미군 재배치 이전 협상의 문제점

한·미 양국은 지난 8월 20일 서울에서 열린 11차 FOTA 회의에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정안에 가서명하였다.
그러나 용산기지 이전 협정안은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훼손하는 또 하나의 한·미 간 불평등 협정이다. 협정안 전문이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국방부·외교부가 밝힌 내용과 언론 보도 내용에 의거하여 그 문제점을 알아본다.

(1)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 전액 한국 부담의 굴욕성과 위법성

1) 이전비 용의 부담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아 미국에 백지수표를 쥐어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① 용산 및 미2사단의 평택 이전을 위해 무려 349만 평의 평택 땅을 새로 주한미군에게 제공하기로 하였다. 여기에다가 수십 년 전부터 주한미군이 기지로 쓰고 있는 457만 평을 합하면 주한미군은 평택에서만 무려 800만 평이 넘는 땅을 사용하는 셈이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5차 FOTA 회의 때의 312만 평 대체부지 제공 합의를 일방적으로 뒤집고, 더구나 주한미군이 1/3이나 대폭 감축되는데도 오히려 더 많은 공여 부지를 요구하고 관철시킨 것은 용산기지 이전 협상의 굴욕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② 대체 시설의 범위가 거의 무한정하게 명시되어 있다. 대체 시설로는 사령부 본부, 행정국, 의료시설, 지원 및 삶의 질과 관련된 시설들, 주한미군 및 동반 가족들을 위한 숙소, 배전·징수 시스템, 포장도로, 배수로, 가로등, 조경, 담장, 문 등이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도 모자라 "여기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미국이 추후에도 얼마든지 대체 시설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도록 열어 놓고 있다.
③ 한국은 용산협정에 따라 용산 미군기지 내의 320채 아파트에 대한 대체 주택을 건축해 주어야 한다. 주한미군은 원래 1200여 채의 주택을 요구했는데, 나머지 880여 채의 경우 미국이 임대료를 낸다고 발표하였지만 이것 역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서 지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용산 기지 내 미군 가족 아파트를 평당 1천만 원의 초호화 아파트로 지어 준 데서 보듯이 미국이 요구하는 기준대로 미군 주택을 지어 주어야 한다.
④ 대체 시설 가운데는 골프장, 오락 편의 시설, 불법 영업 시설 등과 같이 미군기능 수행과는 직접 관계없는 부분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이 자신들의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국민의 혈세를 강요하고 있다.
⑤ 주한미군 배치를 지원하기 위해 기지 이전 지역의 교통망, 공공 서비스, 효과적인 인프라 제공을 의무화한 것은 기지 이전 지역의 개발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목 아래 사실은 지방자치단체에까지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⑥ 대체 시설의 신축 및 개축을 미 국방부 기준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막대한 비용 부담을 우리나라에 강제하고 있다. 보통 미 국방부 기준은 우리 기준보다 2배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⑦ 모든 미군 직원들의 개별 이사 비용, 심지어 미군 지원 프로그램 비용까지 보상해 주도록 되어 있다.

2) 우리나라 안보와는 관계없는,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적 요구에 따른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에 우리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부당하다.

①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과 GPR(미군 세계 태세 검토)상의 필요와 요구에 따른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우리가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부당하고 굴욕적이다.
② 미국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현 기지 수준의 이전이 아니라 새로운 기능과 임무를 위한 이전임을 분명히 하면서 그에 드는 비용을 우리나라에 전가하고 있다. 가령 1990년 합의각서 및 양해각서에는 없던 "사령부의 통신 컴퓨터와 정보 인프라"가 대체 시설로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새로운 기능과 임무'를 위한 이전 규정은 MD 체제 구축, 대북 선제공격, 중국 봉쇄에 대비하여 새로운 첨단 정보 시설을 구축하고 나아가 영구 주둔을 위한 시설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것이다.
③ C4I의 경우 기반시설을 새로 지어 제공해 줌은 물론이고 장비 이전비, 노후 장비 교체비까지 대주도록 되어 있다. 한편 한미공용 C4I(한미연합사, 유엔사)의 경우 용산기지 이전협상과는 별도로 추진키로 함으로써 용산기지 이전 비용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④ 새로운 미군기지 기능을 위한 비용 부담은 굴욕적인 90년 합의보다도 더 후퇴된 것이다. 90년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정도 기존 수준의 이전을 규정하고 있다.

3) 비용 항목이나 그 한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미국이 얼마든지 임의로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한 독소 조항들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어 도저히 국가 간의 정상적인 조약으로 볼 수 없다.

① 용산기지 이전협정안은 우리나라가 모든 이전 비용을 부담하게 되면서도 그 구체적인 총액이나 한도조차 명시하지 않고 있다.
② "충분한 토지가 공여될 것이다"나 "충분한 토지가 미국에 양도될 것이다"는 협정 규정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임의로 토지를 요구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③ "완벽하고 안전하고 유용한 시설을 위해 필요한 여타의 부지 개발"이나 "여기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규정은 미국에 의해 임의로 해석되어 비용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④ '다른 모든 비용'(이른바 기타 비용)도 삭제되지 않은 채 그대로 살아 있다. '기타 비용'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의 공동 검증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고 하나 독일이나 일본의 미군기지 이전 사례를 볼 때 이 같은 규정을 용인하는 것 자체가 굴욕적이다.

4) 이전 비용 전액 한국 부담은 그것이 근거한 1990년 합의각서 및 양해각서가 원천적으로 무효이고, 또 한미소파상으로도 이전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

① 한미소파 제5조에 근거하더라도 이전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다. 한미소파는 토지와 시설의 공여와 반환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으며 이전 비용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미소파는 토지와 시설의 공여 이외에 미군기지 운영 유지에 따른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전 비용을 미국이 부담해야 함을 말해 주고 있다.
② 이전 비용 전액 한국 부담을 규정한 1990년 합의각서 및 양해각서는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협정이므로 그에 매일 어떤 이유도 없다. 위헌적인 1990년 합의각서와 양해각서, 미국의 강압에 의거하여 체결된 1991년 소파 합동위원회 결의, 1993년 기술양해각서 등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이행합의서 초안에서 삭제되어야 한다.
③ 현행 한미소파는 소파 합동위원회에 시설과 구역의 공여와 반환에 관한 협의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시설과 구역의 공여와 반환 수준을 넘어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고 있는 용산기지 이전 협정과 이행합의서, 기술양해각서, 비용 관련 집행 절차 등에 대한 서명이 한미소파 합동위원회 대표의 권한 밖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한미소파 합동위원회 대표들의 서명에 의한 협정은 그 유효성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법적 체결 권한이 있는 자, 가령 외교부장관 등의 서명이 있어야만 한다(소파 본협정 제2조 및 헌법 제60조).

5) 용산 협정을 국회 비준 동의를 받는 문서와 그렇지 않은 문서로 이원화함으로써 헌법 60조를 위반하고 국회 동의를 무력화하는 문제

① 한국 정부는 기본 원칙만을 규정한 기본합의서(UA)만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치고 나머지 이행합의서(IA)와 기술양해각서, 비용 관련 집행 절차 등 하위 협정들은 국회 비준 절차를 생략하려는 방침을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임의로 협정을 이원화하는 것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은 그 명칭이 어떠하든 국회 비준 동의를 받도록 한 헌법 60조를 위반하는 것이자 국회 동의를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드는 불법이다.
② 협의 기구로서 조약 체결권도 없는 한미소파 합동위원회가 IA를 체결하고, 총액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은 수조 원에 달하는 사업 집행의 권한을 한미소파 합동위원회에서 구성 권한을 갖는 특별분과위원회가 실질적으로 행사하도록 하는 것 또한 헌법 60조를 위반하고 국회 동의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서 미국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용산 협정을 해석하고 집행할 수 있게 보장해 주는 것이다.

(2)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 전액 한국 부담 불가피 주장의 허구성

1) 전체 이전 비용이 30억∼50억 달러로 추산되며 미국도 이를 양해했다는 정부 주장의 허구성

① 우리 정부가 이전 비용 총액을 30억∼50억 달러로 추산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왜냐하면 앞서 본 것처럼 이전 비용 항목의 범위가 거의 무제한적이고, 더욱이 이전 비용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1990년 합의와 달리 기존 시설 수준의 이전이 아니라 미군 기지의 첨단화·현대화를 위한 이전 비용을 대야 하기 때문이다.
② "정부 관계자가 30억∼50억 달러는 기본 비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는 30억∼50억 달러 추산이 우리 정부의 막연한 추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③ 미국이 이전 비용으로 1991년 7월 17억 달러를 제시했다가 불과 2개월 뒤인 9월에 95억 달러를 제시한 사실이나, "1990년 합의 및 양해각서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실제 부담해야 할 소요 경비는 당초 예상을 월등히 초과하여 최소한 4조 원(57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는 1991년의 안기부 '용산 미군기지 이전 관련 대책' 문건의 지적에 비추어 볼 때, 30억∼50억 달러 추산은 우리 정부의 지나친 낙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④ 정부의 추산액이 거의 2배(20억 달러)나 차이가 나는 것 자체가 주먹구구식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또 지난해 7월 31일 당시 조영길 국방부장관이 국회 국방위에서 용산 및 미2사단 이전 비용에 30억∼50억 달러가 소요된다고 답변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용산 기지 이전에만 30억∼50억 달러가 든다는 주장은 정부 자신이 아직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의 기준을 갖지 못하고 여론을 의식해 축소하기에 급급해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⑤ 미국이 30억∼50억 달러에 양해했다는 것도 미국에 의해 한 번도 확인된 적이 없는 한국 정부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이 문서(1990년 합의 및 양해 각서)대로 용산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게 되면 천문학적 숫자가 나오며 용산기지의 반만 자르더라도 최소한 20조 원 이상이 들어가게 된다"는 워싱턴의 국방관계 소식통을 인용한 언론의 보도(MBC, 2003년 10월 8일)는 미국이 30억∼50억 달러에 양해했다는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며 이전 비용이 얼마가 될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처분에 맡겨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1990년 미국과 합의각서 및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확인 과정을 거쳐 왔기 때문에 이를 지켜야 한다(약속론)

① 1990년 합의각서 및 양해각서가 한미소파 합동위원회 한국측 대표의 서명이 빠짐으로써 조약으로서의 요건을 상실하여 지켜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주장이다(한미소파 본협정 제2조, 제28조 1항).
② 또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치지 않은 위헌적인 1990년 합의각서 및 양해각서를 정당화해 줌으로써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주장이다.
③ 1990년 합의의 법적 유효성을 인정한 1991년 한미소파 합동위원회 결의도 미국의 강압에 마지못해 서명된 것으로 강제에 의한 조약은 국제법적으로도 무효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주장이다.
④ 백 보를 양보하여 설령 1990년 합의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협정의 일방 당사자가 합의각서 제6조(수정)나 합의각서 제9조(유효일시)에 따라 언제든지 수정 또는 무효 선언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과거에 약속해서 어쩔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⑤ 이번 협정은 굴욕적인 1990년 합의보다 더욱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1990년 합의를 이유로 변명하는 것은 최소한의 설득력도 없다.

3) 우리나라가 이전을 요구했으므로 수혜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가 이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의 허구성

① 현재 미국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은 미군의 군사전략적 필요와 주한미군의 안정적이고 영속적인 주둔을 위한 것이다. "군대의 보호, 전투 준비 태세, 삶의 질, 안전 등을 강화하고, 상호 방위의 목적을 위해 영속적인 주한미군의 체계를 세우는 데 기여한다"고 명시한 미국측 초안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수혜자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므로 이전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용산 협정 미국측 초안 전문 및 제2조 5).
② 한미소파 5조는 "한국이 시설과 구역을 미국에 공여하고 그 사용을 보장하는 이외에는 한국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한다", 또 "미국 군대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미국이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용산 기지 이전 비용 전액을 한국이 부담하는 것은 현행 소파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③ 1990년 당시 정부는 처음부터 용산기지 이전 비용 전액을 부담하기로 결정하지 않았으며, 정부 안보 관계 장관 회의에서 한·미 협상 때 비용 공동 부담 원칙을 관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대한매일, 1990년 5월 4일). 그러나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이것은 사실 동아시아 전략 구상에 따른 것으로 미국의 구상이었다―를 내세워 압박하자 정부가 이전 비용 전액 부담 입장으로 갑자기 돌아섰다. 따라서 이전을 요구한 측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주장은 이 같은 역사적 사실과도 배치된다.
④ 우리 정부나 미국의 수혜자 부담 논리대로라면 미국이 먼저 반환을 제안했던 동두천의 캠프 님플과 의정부의 캠프 홀링워터 이전을 위한 대체 시설비 2300억 원은 미국이 부담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2002년 LPP 협정에 따르면 한국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수혜자 원칙이란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때그때 편법적으로 내놓은 주장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 한국 부담이 미국의 자국 이기주의의 발로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그대로 수용한 것은 미국의 요구에 굴복했음을 말해 주는 것일 뿐이다.

4) 이전 비용의 90% 현물 지급, 집행 통제 등 협상에서 최선을 다했으며 비용을 줄였다는 주장의 허구성

① 미국이 지정하는 자재를 한국이 현금을 주고 사야 하므로 현물 지급이나 현금 지급은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비용 절감 효과도 없다.
② "대체 시설들은…물자로 제공될 것이다"(용산 이행합의서 미국측 초안 6항 재원 b)는 규정처럼 현물 지급은 미국 안에 처음부터 들어 있었던 것으로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성과인 양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③정부는 이전 비용에 대해 한국이 통제권을 갖고 있어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이전 비용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든 비용은 양 체결국에 의해 확인 비준될 것이며, 소파 합동위원회가 정한 절차에 따라 예산화되고 집행될 것이다(All such expenses will be validated by the Parties, budgeted and paid, using procedures established by the SOFA Joint Committee)"는 규정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예산의 세부 항목 편성과 집행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인 점검에 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행합의서 6항 재원 a. (6)]

5) 영업 손실 보상, 청구권 등 1990년 합의서의 불평등 조항을 삭제했다는 정부의 주장도 믿을 수 없다.

① 대표적인 독소 조항 가운데 하나인 청구권 조항이 타결된 용산 협정안에서는 삭제되었다고 하지만 그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는 용산협정 안에는 없지만 미국이 사후에 요구할 경우 한국이 부담할 가능성을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② 미국측 용산 협정 초안에는 "이전에 앞서 단계적으로 폐지할 수 없는 서비스 합의와 계약을 파기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포함된다"는 규정이 있었다는 점에서 표현을 달리하여 청구권·영업권에 대한 한국의 보상 의무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의혹을 주고 있다.
③ 정부는 1990년의 합의 및 양해 각서를 폐기했다고 말하나 1991년 한미소파 합동위원회 각서를 참조 사항에 포함시킴으로써 1990년 합의를 다시 근거로 삼을 수 있도록 미국에 허용하고 있다.

6) 미군기지 시설 공사가 턴키 방식에 따라 이뤄진다는 정부 주장의 허구성

턴키(turnkey) 방식은 열쇠만 돌리면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라는 뜻으로 건설공사, 플랜트 수출 등에서 조사, 설계부터 시설 완성, 점검까지를 마친 상태로 인도하는 계약 방식을 말한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 공사의 경우 미 국방부 기준으로 미국이 설계를 하고 건설업체를 선정하는 조건에서 일부 시설 공사에 한국 기업이 참여한다고 해서 턴키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정보 통신 시설과 같은 부가가치가 높고 보안이 필요한 첨단시설 공사의 경우, 한국 기업이 맡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따라서 턴키 방식을 관철하여 국익을 위해 노력했다는 정부의 말은 허구다.

(3) 주한미군 감축을 반영해야 한다.

주한미군 재배치 협상에는 주한미군 감축이 반영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한·미 당국은 한미연합사와 유엔사 이전을 이유로 기존의 312만 평에서 27만 평을 늘려 349만 평을 대체부지로 제공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감축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거짓말함으로써 스스로 협상 입지를 좁히고 말았다. 지난해 6월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는 사실은 그간 정부가 우리 국민을 까맣게 속이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또 이는 정부가 아무런 목표 없이 맹목적으로 미국의 요구대로 협상을 진행해 왔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4) 독일 라인마인 미 공군 기지 이전 사례와 비교한 용산 협정의 굴욕성

용산 협정은 독일 라인마인 협정과 비교해 근본적 차이를 갖고 있는데, 몇 가지 주요 항목만 비교해 보더라도 그 굴욕성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우선 문서 형식과 관련하여 라인마인 협정은 기본적 사항뿐만 아니라 건설 계획, 재정 계획, 환경오염 복구 문제 등 세부 사항까지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협정을 국회 동의를 받는 기본합의서와 동의를 받지 않는 하위 문서로 나누고, 하위 문서들의 구체적 내용을 협정 체결 이후에 작성함으로써 미국이 임의로 협정을 해석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용산 협정과 달리 미국의 전횡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요구로 라인마인 미 공군 기지가 이전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전 비용 부담을 완전히 면제해 주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 주요 구성국으로 되어 있는 나토(NATO)가 총 7억 2780만 마르크의 이전 비용 중 약 21%에 해당하는 1억 5750만 마르크를 부담하고 있다. 이는 독일 연방정부가 부담하는 1억 2250만 마르크보다 많은 액수다.
또한 라인마인 협정에는 용산 협정처럼 미국의 주관적 해석에 일방적으로 맡기는 모호한 표현, 가령 '삶의 질', '기타 비용', '기능과 임무에 따른 이전' 등의 표현들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라인마인 협정은 소요 비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고, 그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 사업비가 부족할 경우 사업을 축소해야 한다고까지 명시하고 있다. 대체 시설의 건축과 관련해서도 기존 시설 수준의 건설, 독일 기준에 따른 건설, 시공 주체로서의 독일 명시, 반환 시기에 대한 구역별 명시 등에서 보듯이 철저히 독일의 이해와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미국이 전횡을 부릴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
나아가 반환 기지의 군사시설 철거와 환경오염 지역의 복구에 대한 미국 책임이 명시되어 있으며, 환경오염 조사를 위한 독일측의 무제한적 기지 출입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용산 협정은 라인마인 협정과 비교해 볼 때 문서의 형식과 내용 모든 측면에서 주권과 국익을 훼손하고 미국의 이익을 전면 보장해 주는, 마치 패전국의 일방적 책임을 묻는 강화조약과도 같은 굴욕적 협정이라고 할 수 있다.

6. 주한미군 감축과 한국 정부의 협력적 자주국방의 문제점

한국 정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이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의 병행 발전을 추구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은 양립될 수 없는 개념이다. 국방에서 자주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작전통제권 환수, 한미연합사 해체, 작전계획 5027 폐기와 독자적인 작전계획과 국방정책 수립 등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그 어떤 입장도 공식적으로 천명한 바가 없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협력적 자주국방과 관련하여 금과옥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첨단 고성능 무기를 조기에 확대 도입하겠다는 것뿐이다. 즉 '협력적 자주국방 10개 년 계획'에 따라 2013년까지 들여오기로 한 조기경보통제기, 중·고도 무인 비행기, 공중급유기, PAC-Ⅲ, 군 위성, SM-Ⅲ 탑재 이지스함, 대형 상륙함 등을 앞당겨 도입하여 전력 증강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앞으로 GDP 대비 3.2%까지 국방 예산을 늘리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가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2005년도 국방 예산안은 올해보다 무려 13.4%나 증액된 21조 4752억 원(GDP 대비 2.9%)으로 2005년 정부 총예산 증가율 5%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미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총 92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의 '국방중기계획'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무기 도입을 앞당기고 군비를 확장하는 것은 한국군이 주한미군의 무기체계에 더욱 철저히 종속되어 가는 것을 의미하며, PAC-Ⅲ, SM-Ⅲ 탑재 이지스함 등의 도입은 한국이 미국의 MD 체계에 편입되어 간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또한 군비증강은 "북한이 경제난과 재래식 군사력의 노후화로 이미 대규모 공격 능력을 상실했다"는 미 의회 조사국의 평가나 "북한 대비 우리의 군사 능력은 대등하거나 한미연합 전력을 고려할 때 절대 우위에 있다"는 윤광웅 국방부장관의 발언에 비춰 보더라도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이렇듯 협력적 자주국방이란 오로지 군비증강 노선으로, 한국이 미국의 군사 체계에 더욱 전면적으로 종속되어 가는 결과만 낳을 뿐이며, 미국과의 협력은 있을지언정 자주는 설자리가 없는 개념이다.

7. 한미동맹의 폐기야말로 한반도 평화 및 자주통일의 관건!

(1)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전면 개폐와 작전통제권 환수로 불평등한 한미동맹의 영구화 기도를 막고 호혜평등한 한·미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

FOTA 회의는 2002년 개최된 제34차 SCM의 합의 사항으로 당초 미래 한미동맹 발전 방향에 대해 협의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 개폐, 작전통제권 환수, 한미연합사 해체, 연합군사지휘체계 전환 등 이른바 한미동맹의 미래 발전 방향을 협의하기 위해서 반드시 다루어져야 할 핵심 주제들은 단 한 차례의 논의 없이 종결될 예정이다. 결국 한국은 FOTA 회의를 통해 군사적 자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성과도 얻어내지 못한 채 주한미군 재배치와 감축에 따른 부담만 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1) 일방적 한·미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전면 개폐 필요성

① 한미동맹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불평등한 조약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굴욕적인 조약으로 지난 50년간 정치·군사·경제 등 모든 면에서 대미 종속을 강요해 왔다.
대표적인 불평등한 조항으로는 미군의 일방적 주둔권(4조), 조약의 적용 범위와 관련한 영토 주권에 대한 침해(3조 및 양해사항), 무기한의 조약 유효 기간(6조), 통일에 대한 미국 간섭의 합법화, 작전통제권 이양, 국군 병력 기준과 원칙 등을 규정한 합의의사록과 부록 A, 부록 B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군사적 간섭을 일방적으로 허용하는 각종 독소 조항으로 인해 한반도 긴장을 끊임없이 부추기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판단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으며, 단독으로 무력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을 지속·강화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2조). 이는 정전협정 위반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우리 정부의 사전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선전포고나 무력행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3조). 또한 한국 정부와 사전 합의 없이 주한미군의 전력을 증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4조).
한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각종 불평등한 하위 협정이 양산되어 왔으며, 이들 하위 법들은 상위법을 위배하며 한국의 주권과 국익을 침해해 왔다. 한미소파,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상호군수지원협정, 전시지원협정, 석유협정, 전시 예비탄약 저장 양해각서, 1990년 용산기지 이전협정과 최근의 용산 기지 이전협정 등 수백 가지에 이르는 하위 협정들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중심 내용을 위반함으로써 조약이 사문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전면 개정이나 폐기가 불가피하다.
남한 영역이 외부의 무력공격을 받는 경우에 한해 집단적 자위권의 발동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담고 있는 한미연합작전계획이 작성되고 그에 의거한 한미연합훈련이 수시로 실시되고 있다.
그 적용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한 한미군수지원협정 개정이나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주한미군 또는 한미연합군의 아태 지역 기동군으로의 전환을 주장한 캠벨 미8군 사령관의 발언도 모두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또한 조약 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본조약을 실행하고 그 목적을 추진할 적절한 조치를 협의와 합의 하에 취할 것이다"는 조항마저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②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전면 개폐되어야 한다.

위와 같이 우리의 주권을 근본적으로 제약·침해하고 있는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아래서는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외교 안보 정책, 국방 정책이 불가능하며, 자주적인 민족통일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가의 자주와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한미상호조약을 전면 개폐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우리 주권에 대한 제반의 침해 소지를 없앰으로써 종속적 한·미 관계의 청산을 바라는 우리 국민의 열망을 반영해야 한다.
먼저 영토 주권과 군사 주권 등 국가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있는 조항들을 전면 개폐해야 한다(3조 및 양해사항, 합의의사록 2항. 부록 B).
다음으로 미국이 우리나라 체제까지 간섭해 들어올 수 있는 조항을 개폐해야 한다(합의의사록 4항).
또한 우리 민족의 자주적 통일을 부정하고 있는 조항들도 전면 개폐되어야 한다(합의의사록 1항).
정전협정 등을 위반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조항들도 개폐되어야 한다(2·3·4조).
또한 주한미군이 철수하기 전까지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 작전 범위, 주둔 기간 등을 명시해야 한다(4조).
이와 함께 조약의 유효 기간을 명시해야 한다(6조).
한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모법으로 하여 주한미군에게 무제한적 권리를 부여해 온 한미소파도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한미군의 공무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재판 관할권을 행사해야 하며, 주한미군의 훈련, 이동, 병력 증감, 무기반입 및 반출, 작전 등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와 사전 합의하도록 해야 한다.

2)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즉각 환수해야 한다.

한미군사동맹의 유례 없는 종속성은 미국이 우리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은 또한 전시작전통제권과 함께 CODA에 의거해 전략정보관리·위기관리·연합훈련·군사교리·C4I 상호 운용성 등에 관한 평시작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쥐고 자신의 대북 패권 전략을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강요해 왔다. 또한 미국은 대북 정보에 대한 일방적 판단권을 갖고 있으며, 작전계획 5026·5027·5030 등 대북 선제공격 전략을 세워 놓고 그에 의거해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한미연합사를 축으로 수직적인 연합 지휘 체계를 강요함으로써 한국군에 대한 상명하복 관계를 고착시켜 왔으며, 이를 통해 친미 군부 세력을 양성해 왔다.
따라서 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연합사의 해체 없이 미국의 한반도 긴장 고조 책동을 막아내기는 어려우며,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에 대한 미국의 방해를 막아내기도 어렵다. 남북간 군사적 신뢰 구축과 평화군축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 학자들이나 관변 연구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일본식 병렬형 연합지휘체계가 현행 한·미 간 연합지휘체계의 대안일 수는 없다.
물론 병렬형 연합지휘체계는 작전통제권 환수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나 이것 자체가 대미 군사 종속의 탈피를 보장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는 미일동맹의 현 주소를 보면 명백히 입증된다. 미·일 양국은 1996년 '미일안전보장공동선언'을 채택한 이래 신가이드라인(1997), 주변사태법(1999), 미·일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ACSA, 1999), 유사입법(2003∼2004) 등 각종 입법을 통해 주일미군의 지원과 연합지휘체계를 강화해 왔으며, 최근에는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통합 운용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의 대미 군사 종속은 오히려 한국을 능가(?)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연합군사지휘체계가 수직적이냐 수평적·병렬적이냐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별 의미가 없게 되었다. 즉 작전통제권을 환수한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여전히 한미동맹에 매달리고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한 일본처럼 아니 그 이상의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지금보다 더한 군사적 종속을 강요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만이 지금의 군사적 종속에서 벗어나는 유일무이한 대안인 것이다.

3) 용산 기지 이전 협정 및 LPP를 전면 개정하여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에 입각한 주한미군 재배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용산 기지 이전과 LPP 재협상 투쟁은 남한을 대북·대중 선제공격 기지화하려는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제동을 거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이는 주한미군의 감축을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군축에 복무하도록 강제해 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지난 8월 11차 FOTA 회의에서 가서명된 신(개정) LPP 협정안을 전면 수정하는 것 또한 긴요하다. 이 신LPP의 내용 가운데 몇몇 미군 기지의 조기 반환만 강조되어 보도되었는데, 이것은 국민을 현혹시키기 위한 것이다. 신LPP의 핵심 내용은 구LPP(2002년 체결)에서는 대체부지로 154만 평을 제공하기로 하였으나 신LPP에서는 그 두 배가 넘는 362만 평을 제공하기로 함으로써 오히려 개악되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3분의 1이나 감축되는데도 주한미군에게 제공되는 대체부지가 154만 평에서 362만 평으로 늘어난 것은 부당하며, 따라서 362만 평의 대체부지를 그것도 도심지 땅을 새로 제공하기로 한 합의는 폐기되어야 한다.
또한 신규로 제공해야 할 대체부지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으나 엄청난 규모에 이르는 공동사용훈련장 공여도 백지화되어야 한다. 최근 매향리 사격장의 이전 대상지로 거론되고 있는 영월 사격장의 예를 보더라도 이와 같은 공여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재산·생명을 고려하지 않은 굴욕적인 처사이다.
또한 신LPP 협정은 미국의 요구에 따른 미2사단의 이전에 관한 협정이므로 그 에 드는 이전 비용을 모두 미국이 부담해야 옳다.
한편 해당 주민들과 국민들의 원성의 대상이었던 스토리·다그마·매향리 폭격장 등은 페쇄, 반환되어야 한다.
한미소파의 환경 조항에 따르도록 되어 있는 환경오염 복구 비용도 미국이 책임지도록 수정해야만 한다.

4) 방위비 분담 특별 협정은 폐기되어야 한다.

주한미군이 3분의 1이나 감축되는데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이 16.2%나 증액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미국을 지원하기 위한 이라크 파병으로 한국이 지게 될 재정적 부담만도 연간 약 3100억 원으로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 약 7400억 원의 거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자위대 해외 파병을 이유로 미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소폭이나마 삭감하겠다고 나선 것은 같은 종속국 처지로서의 일본이 그나마 보여 주고 있는 자주적인 태도의 단면으로 한국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단순히 액수의 크기로 정당성이 가려질 문제는 아니며, 방위비 분담 특별 협정 자체가 상위법인 한미소파를 위배하고 있는 편법으로서 원천적으로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한편 주한미군의 동북아시아 기동군화, 대북 선제공격을 목표로 하는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어긋난다는 측면에서도 그에 대한 비용 지불은 부당하다.

8. 글을 마치며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군축으로 자주통일과 동북아시아 평화 시대를 열자―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 주일·주한 미군의 전면 재배치로 미군을 매개로 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이 강화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이 점증되는 등 우리 민족의 통일에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는 한미동맹이 폐기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는 한, 곧 한·미 관계가 호혜평등한 관계로 거듭나지 않는 한 미국과 주한미군은 앞으로도 더욱더 한반도 평화 및 민족 자주와 통일에 결정적인 장애로 되리라는 사실을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미국이 지금까지 강요해 왔고, 앞으로도 덧씌우게 될 온갖 반민족적 굴레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며, 특히 최근 수년간 남한의 반미운동은 전술적 과제로부터 괄목할 만한 대중성을 획득하면서 점차 전략적인 과제로까지 그 실천적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남북을 오로지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대상으로만 간주하는 미국의 오만과 친미 수구 세력의 반국가적·반민족적 대미 추종 자세가 도리어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우리 국민의 민족적 자각을 돕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미동맹의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 과정에서 파생될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우리는 반미투쟁의 거대한 대중적 에너지를 일구어 낼 수 있을 것이며, 이 힘을 바탕으로 외세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과제 해결에도 박차를 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첫째 가는 전략적 과제는 바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군축이다. 여전히 전쟁 상태와 다를 바 없는 지금의 정전 체제를 해소하고 하루빨리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만이 미국 등 외세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6·15 공동선언에 기반한 민족통일에 이를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일 것이다.
우리 민족의 생명을 담보로 대북 선제공격을 노리고 있는 미국의 호전성과 침략성이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군축의 거대한 민족적·국민적 에너지를 생산하는 촉매제가 되리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경의선·동의선 철도·도로 연결 지역 비무장지대에 대한 남북의 관리권 행사나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한 서해 NLL 상 우발 충돌 방지와 휴전선 일대 비방 방송 중단과 선전물 철거 등의 군사적 신뢰 구축이라는 작지만 의미 있는 과정들은 남북이 미국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군축으로 나아가게 강제하는 단단한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다.
더욱이 최근 남한이 미국과 함께 평화협정 체결 당사자로 될 수 있다는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 차석 대사의 발언은 지금까지 평화협정 체결의 걸림돌의 하나였던 당사자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하는 전향적인 주장으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물꼬를 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평화체제 구축을 국정 과제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노무현 정권이 적극 호응해 나선다면 남북이 미국의 차기 정권을 2000년 12·12 북미 공동커뮤니케에 입각하여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의 길로 나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7천만 남북이 미국(150만 명)·러시아(100만 명)보다 많은 180만 명의 군 병력을 유지하고 GDP가 우리의 4배에 이르는 중국에 필적하는 170억 달러의 국방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주한미군 전력 축소 및 감축과 완전 철수를 포함하는 남북간 평화군축은 통일에 적대적인 군사력을 제거하고 통일 이후 대비 적정 군사력을 갖추어 나가는 과정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전후로 시작되고 통일 전까지 완수해야 할 통일을 위한 중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과 이를 뒷받침하는 주한미군 재배치 및 그에 따른 군비증강을 막는 것은 이와 같은 평화군축의 과제를 앞당기기 위한 선행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군축을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한편으로 동북아시아 평화체제의 구축과 통일적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은 미국의 동북아시아 군사적 대결 구도와 대치되는 것으로, 미국의 동북아시아 정치군사적 패권 추구를 막고 한반도 통일에 우호적인 대외적 조건을 마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군축,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 형성 과정은 남북이 외세의 간섭과 전쟁 위협을 극복하고 당당한 동북아시아 세력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 민족의 번영을 담보해 나갈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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