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2015. 6. 12] 고 신효순 심미선 13주기 추모음악회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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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효순 심미선 13주기 추모행사-3회 추모음악회
"미선아 효순아 평화통일의 넋으로 살아나라!"

2015. 6. 12(금) 오후 7시, 캠프 레드클라우드 앞(의정부)



미2사단 앞에서 열린 효순미선 13주기 추모음악회에 100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하였습니다.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추모음악회는 미 2사단 앞에서 열렸습니다.
미군 당국은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한 합의를 지키기는커녕 도리어 한미연합사단 창설 등 경기북부지역의 미군전력을 공세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선 효순 압사사건과 같은 불행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는 일입니다. 게다가 최근 탄저균 사건에서 보듯, 미군은 한국민의 생명과 안전, 주권은 안중에 없습니다. 이에 13년 전 그 참혹했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으며, 미군에 대한 한국민의 분노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미군들에게 알리고자 13년 전 처음으로 의정부여고생들이 촛불을 켰던 미 2사단 앞에서 음악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해가 길어져 저녁 7시에도 사방이 환했습니다. 미 2사단 정문 바로 건너편에 마련된 음악회 장소에는 음악회라는 이미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폴리스 라인이 벽처럼 둘러쳐졌습니다. 민주연합노조 의정부지부 분들이 일찍 나와 음악회 준비를 도와주셨습니다. “미선, 효순아 평화통일의 넋으로 살아나라”, “미군은 한국민의 생명과 안전, 주권을 존중하라”는 현수막을 2사단 정문이 바라보이는 곳에 걸었습니다. 퇴근 길 시민들이 거리와 버스 안에서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바라보거나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행사장 뒤편에 김종도 화백이 자리를 잡고 일찍 온 참가자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동안 13년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있는 의정부의 민주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느덧 자리가 다 찼을 무렵, 조한택 민주연합노조 의정부지부 조합원이 섹소폰 연주로 음악회 문을 열었습니다. 노을이 지기 시작한 하늘로 감미로운 선율이 두 소녀를 초청하듯 퍼져나갔습니다.


 


사회를 맡은 이재정 변호사



사회를 맡은 이재정 변호사가 묵념을 하자고 권하자 참가자들이 모두 일어났습니다. 묵념을 하는 동안 미 2사단 앞 8차선 도로를 지나는 차소리가 요란했습니다. 미군 궤도차량을 연상시키는 그 차소리들은 참가자들의 기억을 13년 전으로 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추모비건립위를 대표하여, 박상희 전주평통사 대표가 인사말씀을 했습니다. 박 목사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미선 효순 사진이 광복 70년 서울광장전에 전시되었다. 그 때 70년 전 서울시청 앞에 걸렸던 일장기가 내려오고 성조기가 올라가는 치욕스러운 사진을 보았다.”고 말문을 연 뒤, “이렇게 시작된 미국의 개입은 광복 70년인 올해, 미일동맹 강화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로, 한국을 대중국 전초기지로 만드는 사드 배치로 이어지고 있다. 미군 1인당 17억원이나 지원하면서 탄저균 공포에 떨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작전통제권도 없이 주권을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다. 3년 째 저 추모조형물을 이동해가며 추모제를 하는 일도 결국 우리에게 자주권이 없기 때문이다. 효순 미선 추모제는 단순한 추모행사가 아니라 우리를 자주통일의 나라로 살지 못하게 하는 모든 반통일과 반평화와 싸우자는 다짐의 자리다. 또 다른 미선이와 효순이가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모으자. 친구 생일에 손잡고 가던 두 소녀의 행복하고 해맑은 미소가 우리 산야에 가득할 날을 꿈꾸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참가자들을 환영했습니다.
 


동두천 기지촌 여성 지원활동하는 두레방 유영임 원장의 발언

이 날 음악회에는 서울 뿐 아니라 의정부, 동두천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참가했습니다. 동두천에서 기지촌 여성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두레방 유영임 원장 등 활동가들과 민주연합노조 정순영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의정부 지부 조합원들, 세월호참사의정부대책위 분들, 전교조 의정부지역 교사들, 한국기독교장로회 경기북부노회 목회자들과 교인들, 구 민주노동당 홍희덕, 통진당 김재연 의원, 평통사 고영대 대표를 비롯한 서울과 부천, 인천, 경기남부 회원 등 1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참가자들은 2002년 사고 직후에 평통사가 제작한 추모플래시를 보았습니다. 아직도 날이 환해서 화면이 정확히 보이지 않자 이재정 변호사는 화면의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지금 동영상에 비하면 소박하고 단순한 형식이지만 참혹하게 숨진 두 소녀, 장례를 치르며 비통해하던 유족들, 미군에게 항의하는 유족들과 시민들,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며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해하던 미군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상은 당시 평통사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많은 네티즌들에게 퍼져나가 이 사건을 전국적 이슈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 영상을 보며 새삼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분노와 안타까움에 두 주먹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영상에는 미선이와 효순이의 언니들이 다니던 의정부여고생들이 바로 이 곳 캠프 레드 클라우드 앞에 모여 울부짖으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있습니다. 당시 의정부여고 교사로서 학생들과 같이 시위에 참여했던 심우근 선생이 추모사를 하였습니다. 추모비 건립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는 심 교사는 “사건 일주일 뒤인 6월 20일, 두 여중생의 언니 둘이 다니던 의정부여고 2학년 여학생들이 울분에 가득차 바로 이곳에 몰려와 눈물범벅 아우성친 그 날의 항의 울부짖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은근슬쩍 사건을 무마하고 거짓 약속하고 안이하게 상황을 인식하는 미국, 미군의 업신여김에 양식 있는 한국민은 분노했다. 그 분노는 그 해 연말 강추위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촛불로, 횃불로, 온나로 들불로 타올랐다.”며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사고 현장에 추모공원을 세우자고 호소하는 심우근 선생


심우근 선생은 가해자 운전병과 관제병이 무죄판결을 받은 일은 한미관계 구조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바로잡는 일이 왜 이리 어려운가?”하며 비통해 했습니다. 그는 “살아있는 탄저균을 몰래 들여온 일과 이를 이용한 세균전 비밀 연구 실험, 이른바 주피터 프로그램이 들통났다.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군의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변변한 항의도, 재발방지 대책도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미선 효순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사고 현장에 평화통일 공원을 만들고 평화통일의 염원을 키워나가는 일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인천평통사 청년들이 효순미선이를 추모하며 만든 자작곡 '편지' 노래 공연

 

어느 덧 해가 기울어 추모조형물 안에 켠 불빛이 주변을 환하게 비출 즈음, 한 청년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지난 해 추모행사에 참가했던 이 청년은 인천평통사 회원으로 1년 동안 두 여중생을 생각하며 노래를 지었습니다. ‘편지’라고 이름을 붙인 이 노래는 “미안해, 기억할게, 평화를 위해 노력할께”라는 진심어린 노랫말을 담았습니다. 차분하면서 진심어린 이 청년의 노래는 참가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습니다. 2002년 그 때, 소년이었고 소녀였던 지금 청년들의 가슴에 효순이와 미선이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두 소녀는 청년들에게 인생에 대해, 자신들의 조국과 이 사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희망의 불꽃으로 살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지도 능력도 없는 현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은 세월호 참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의정부에서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세월호의정부대책위 정영희 공동대표는 13년 전 사건은 세월호 참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진상규명과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나서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음악회의 마지막 순서는 이정기와 청년희망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밴드 공연이었습니다. 어두워진 밤, 도로의 차들도 속도를 줄여 소음이 잦아진 8차선 도로 저편 미군 부대 안까지 청년들의 희망찬 노래가 울려퍼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청년들에게 ‘한 곡 더’를 외쳤습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헌화에 나섰습니다. 참가자들이 헌화를 마친 후 미 2사단 앞으로 나서자, 경찰들은 굳게 닫힌 2사단 정문 앞을 겹겹이 막아섰습니다. 미군을 지키는 경찰의 모습은 익숙한 것이지만, 이 날은 더욱 잘못된 명령에 따라야 하는 젊은 경찰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참가자들은 김종일 서울평통사 대표의 인도에 따라 13년 전 그날처럼 촛불을 들고 미 2사단 앞에 섰습니다.

 


13년전 그날처럼, 미2사단 앞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진상을 규명하라, 살인미군을 처벌하라, 불평등한 한미소파를 개정하라, 미국은 한국민에게 공식적,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그 날 외쳤던 국민들의 외침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음을, 미군에게 준엄하게 알렸습니다.한미일 동맹 반대한다, 사드 배치를 중단하라, 작전통제권 환수하자. 13년 전 요구보다 더 높아진, 당면한 현안에 대한 요구도 높이 외쳤습니다.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돌려주겠다고 나설 만큼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효순 미선 투쟁. 미국이 한국민들의 반미감정에 놀라 정책을 바꾸게 만든 위대한 두 여중생 투쟁. 평통사의 오늘이 있게 한 이 투쟁은 앞으로 발전해나갈 자주평화투쟁의 든든한 밑거름입니다.

올해 음악회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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