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7. 22] [성명서] 기만적인 논리로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려는 국방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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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적인 논리로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려는 국방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국방부는 11일, 2003년에 비해 무려 28.3%나 증가된 22조 3,495억 원의 2004년도 국방예산 요구안을 기획예산처에 제출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중 전력투자비는 42.1% 증액된 8조 1,465억 원이며, 경상운영비는 21.5% 증액된 14조 2,030억 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온갖 부당하고 허위적인 논리로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려는 국방부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우리는 먼저 국방부가 '자주국방'을 내세워 30%에 가까운 국방비 증액을 요구한 것에 대하여 그 기만성을 엄중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주국방'의 본질은 군사적 자주권을 확보하는데 있다. 그런데 군사적 자주권 확보의 가장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불평등하기 짝이 없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 SOFA, 주한미군사령관이 여전히 틀어쥐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등이다. 한미관계의 불평등성을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그대로 둔 채 국방비를 아무리 늘린다 해도 자주국방이 이루어질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국방부는 마치 값비싼 첨단장비를 대거 도입하면 자주국방이 이루어질 것처럼 말하면서 전력투자비를 대폭 증액시키려 하고 있다. 그런데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나서서 미국산 무기구매를 강요하고 있고 국방부 당국자들이 벌써부터 '무기의 상호운용성' 운운하면서 복선을 깔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국방부가 도입하려는 대형 공격용 헬기, 공중조기경보기, 차세대 유도무기 등 신규 도입 무기의 대부분은 미국산이 될 것이 뻔하다. 만약 미국산 무기가 대거 도입된다면 무기체계나 그 운용 면에서 대미 의존성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는 국방비 대폭 증액이 '자주국방'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미 군사적 종속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국방부가 '자주국방'을 내세워 국방비 대폭 증액을 추진하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으로서 국민에 대한 악의적인 기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다음으로 국방부가 '북한의 위협'과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 위협'을 이유로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려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남한의 국방비 누계는 이미 1980년을 전후하여 북한을 능가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결과 군사력에서 남한이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는 것은 국내외의 유수한 군사 관련 전문 연구 기관들에 의해서 이미 명백히 밝혀진 사실이다.
또한 현재 남한의 국방비 지출은 약 150억 달러로, 15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북한의 국방비(북한 당국 공식 발표 액수 기준)의 무려 10배를 상회함으로써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일방적인 우위를 꾀할 수 있는 큰 액수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북한의 위협론'은 현실과 거리가 먼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 위협론'이 미래의 중국이나 일본으로부터의 위협을 상정한 것이라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중국은 2030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일본은 현재 세계 제2위의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다. 국방부가 이런 나라들을 상정하여 군비를 증강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위협'과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 위협'을 이유로 한 국방비의 대폭 증액은 북한과 주변 나라들을 긴장시키고, 군비경쟁을 불러옴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에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점을 국방부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음으로 국방부가 GDP 연동 개념을 동원하여 국방비 대폭 증액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것에 대하여도 강력히 규탄한다.
국방부는 "89년부터 복지 재정 수요의 증대로 GDP 연동 개념을 폐지하고 재정 지원 능력을 고려한 사업의 우선 순위에 의거하여 실소요 개념"(2003년도 국방부 소관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서 인용)에 따라 국방예산을 편성해 왔다. 이는 국방부 스스로가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국방비의 적정 규모를 산출해 내는 기준으로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자, 국가적·경제적 조건이나 국민적 요구에 따라 국방비의 적정 규모는 달라질 수밖에 없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이미 폐기된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다시 내세워 국방예산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논리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만약 GDP 연동 개념으로 적정 국방비 규모를 산정해야 한다면 국방비 규모 세계 상위 10개국의 국방비 총액보다도 더 큰 엄청난 규모의 미국의 국방예산이나 중국과 러시아의 국방비를 합한 것(러시아, 중국 당국 공식 발표 액수 기준)보다도 크고, 남북의 국방비 합계보다도 무려 3배를 웃도는 일본의 국방예산에 대해서도 GDP 대비 국방비 비율 세계 평균 3.5%에도 이르지 못한 작은 규모라고 주장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방비가 1999년 이래로 GDP의 3% 이하로 낮아졌다고 하나 전경비, 해경비, 병무행정비, 각종 특별회계, 연구개발비 등을 포함하는 'NATO 방식'의 국방예산 통계에 따르면 남한의 국방비는 이미 GDP 대비 3%를 훨씬 넘어서 있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국방예산이 GDP 대비 2.7%에 불과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이처럼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결코 국방비의 적정 규모를 산출하는 근거로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기준 또한 통일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를 자의적으로 제시하여 국방부 증액의 근거로 삼는 것은 부도덕한 일로서 규탄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다음으로 국방부가 '주한미군 전력구조 변화와 한국군 역할 증가에 따른 추가 예산 필요성'을 들어 국방비 대폭 증액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 부당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용산미군기지 이전부지 확보 비용 3401억 원을 내년도 국방예산 요구안에 반영시켰다. 그런데 용산을 포함한 미군기지 재배치 문제는 미군 자신의 군사전략적 필요와 요구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방부 당국자들 말대로 자주국방이 "주한미군은 동북아 지역의 세력 균형자 역할을 하고, 한국군은 대북 방위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라면 더구나 우리가 미군 재배치 비용이나 대체부지를 무상 제공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불평등한 한미 SOFA 규정 제5조에 따르더라도 주둔과 관련한 비용은 미군이 부담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국방부가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른 대체부지나 이전비용을 제공하는 것은 한미SOFA 규정 위반이다.
이와 함께 국방부가 작년보다 10%나 늘어난 7399억 원을 방위비 분담금으로 책정한 것도 문제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명분도 없고 근거도 잘못되어 있다. 주한미군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 고위 관료들이 수시로 언급해왔던 바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따라 한미소파 5조 1항도 주한미군 주둔비를 미국 스스로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당국은 1991년에 '한미소파 5조에 관한 특별협정'을 체결하여 우리나라의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의 근거를 마련하였으나, 이는 한미소파 5조의 기본 정신을 훼손한 것으로서, 원천적으로 무효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그 동안 독일의 7∼8배, 일본의 4∼5배에 이르는 주한미군 주둔비를 분담해 왔다. 우리나라는 1991년 이래로 매년 국방비 증가율의 2∼3배에 이르는 10∼30%의 주둔비 분담금을 인상해 주었으며, 주둔비 분담금 이외에도 기지 이전료, 카추사 인건비 등의 직접 지원과 토지 공여, 인력 지원, 국세·지방세·관세·도로 통행료 면제, 전기료·수도료·전화요금 할인 등의 간접 지원을 합쳐 1조 원 이상을 지원해 왔다. 만약 부동산 공여액을 공시지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간접 지원액은 수조 원으로 상승할 것이다.
이와 같이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및 직·간접 지원비는 지불되어야 할 그 어떤 명분과 이유도 없다. 오히려 우리가 주한미군으로부터 임대료 등을 받아 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은 한 푼도 지급해서는 안 된다.
국방부는 작년에 예산회계법과 국방부 획득관리규정을 위반하여 이지스 전투체계(KDX-Ⅲ)를 도입하기로 한 데 이어, 공중조기경보기(AWACS)와 지난 정권 말기에 사실상 무기 연기하기로 했던 PAC-Ⅲ등의 MD 무기체계를 신규로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는 '한국군 역할 증가'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한국이 미국의 MD체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MD 편입은 대미 군사적 종속을 더욱 심화시킬 뿐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자주와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따라서 MD 무기체계 도입 예산은 전액 삭감해야 마땅하다.
이밖에도 공정성과 타당성을 결여하여 대다수 국민이 반대했던 F-15K 전투기 도입 예산과 오로지 '한국항공'이라는 업체를 먹여 살리기 위한 KF-16 도입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이것도 국민의 이익과 요구에 반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전액 삭감되는 것이 타당하다.
이처럼 국방부의 국방비 대폭 증액 논리는 정당성과 설득력을 결여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상황에 따라 GDP 대비 4%, 3.4%, 3.2%로 입장을 수시로 바꿔가면서 어떻게든 GDP 대비 3% 이상의 국방비를 확보할 목적으로 요구예산을 고무줄 다루듯이 늘였다, 줄였다 하고 있다. 이는 국방부의 예산 신청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 예산이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국방부가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서 그 돈으로 대량의 첨단무기를 도입하려는 것은 자주국방에도 역행하는 일이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할 것을 촉구한다. 그것은 또한 어려운 우리 경제와 복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국방부가 자주국방을 핑계로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진정한 자주국방과 평화군축을 위해서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자주권을 확보하고, 획기적으로 국방비를 감축하는 발상의 대전환을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3. 6. 13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홍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