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문] NPT 재검토회의 3차 준비회의 시민사회 발표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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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6년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 개최를 앞두고 3차 준비회의가 4월 28일부터 5월 9일까지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됩니다. 준비회의에서는 NPT 조약상 5개 핵보유국은 물론 모든 조약당사국이 참여해 조약과 내년 재검토회의와 관련된 실질적, 절차적 문제를 논의합니다. 4월 30일, 오후 3시에는 시민사회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발표에는 조약당사국 대표들이 모두 참가합니다.
평통사는 “(확장)억제 폐기와 동맹 해체로 한반도와 동북아에 항구적 평화를!”이라는 주제로 시민사회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평통사 고영대 공동대표가 발표문을 작성하고, 이주연 선생이 발표했습니다.
이날 평통사의 발표문은 Concerned Citizens for Nuclear Safety, Channing and Popai Liem Education Corporation, Citizen's Solidarity for Peace & Unification, Korean American Peace Fund, LABRATS International, Nuclear Energy Information Service, NuclearBan.US, Peace Action Network of Lancaster, Peace Action New York State, World BEYOND War 등의 단체와 여러 단체에 속한 개별 인사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발표문] NPT 재검토회의 3차 준비회의 시민사회 발표
"(확장)억제 폐기와 동맹 해체로 한반도와 동북아에 항구적 평화를!"
고영대 / 평통사 공동대표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는 핵대결이 한층 더 첨예해지고 있다. 지역 국가들이 확장억제와 핵동맹 강화로 초공세적인 선제핵공격 교리를 채택하고 핵전력을 증강하며, 전술핵을 실전 배치해 핵사용 문턱을 낮춤으로써 핵의존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진 전례 없는 핵대결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는 2023년 소위 ‘핵협의 그룹’을 설립하고, 2024년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수립했다. 이 지침은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한편, 미군의 핵전력과 한국군의 첨단 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CNI(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CNI를 통해 핵 운반수단의 생존성을 높이고 핵타격의 정밀성을 개선해 그 효과를 증대시킴으로써 대북 억제와 위협을 극대화하겠다는 정책적, 전략적 차원의 확장억제 강화다.
이에 따라 한미는 대북 작전계획 5022를 수립했다. 이 계획은 재래식 전력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사(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으로 대북 선제공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다 핵전력이 주도하는 미국 전략사령부의 대북 작전계획 8010-12가 운용되고 있다. 이 또한 대북 선제공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과 CNI 시행으로 작전계획 5022가 8010-12의 하위체계로서 상호 연계되어 운용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으며, 그만큼 대북 억제와 작전이 핵전력 위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작전계획 5022는 사이버전과 특수작전을 통해 북이 핵을 사용할 “징후”만 보여도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하는 초공세적 작전계획으로 공세성이 한층 강화되었다.
미국은 트럼프 1기 정권에서 5~7kt의 저위력 핵탄두를 개발하여 2019년 핵잠수함에 실전 배치했다. 이들 전술핵무기의 실전배치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은 전술핵무기를 선제 사용할 가능성을 더 높였다. 트럼프 2기 정권에서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에 이들 전술핵무기를 장착하면, 미국의 핵사용 문턱은 더욱 낮아진다.
북은 2022년 ‘핵법령’을 개정해 2격 위주의 방어적 핵교리를 1격(선제) 위주의 공세적 핵교리로 전환했다. 선제공격을 표방한 인도·태평양사의 작전계획 수립에 맞대응한 것이다. 북은 또한 ‘화산-31’ 등 전술핵무기를 8종류의 운반수단에 장착해 실전 배치했다. 북 ‘핵법령’은 “핵무기 및 기타 대량살륙무기공격이 감행되였거나 림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6조 1항)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인수중공격정이나 생존율을 높인 회피기동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으로 해상과 지상에서 (증원) 미군 등을 선제타격(anticipatory strike)한다는 것이다.
북미 상호 (확장)억제 강화는 동맹 강화의 필연적 산물이다. 2023년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사실상의 한미일 군사동맹을 구축하고 대북중 확장억제 강화를 공언했으며, 그 일환으로 2024년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과 미일 ‘확장억제 지침’을 채택했다. 미일은 양안 분쟁에 개입하기 위해 주일·주한미군 동원을 핵심으로 한 미일 공동 작전계획까지 수립하였다. 미일은 양안 분쟁에 자위대는 물론 한국군까지 끌어들이려고 한다. 이에 맞서 2024년 북러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로 동맹관계를 복원했다. 이 조약 4조(전시 군사원조)와 8조(평시 방위능력 강화)는 러시아의 대북 확장억제 제공 가능성을 내포한다.
트럼프 2기 정권의 ‘임시 국방전략 지침’은 중국을 미국의 “유일한 핵심 위협”으로 삼고 중국의 “대만 점령 저지”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핵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나아가 ‘임시 국방전략 지침’은 러시아, 북, 이란에 대한 억제와 방어를 나토나 한일동맹 등 지역 동맹과 국가들에 맡기고 이들 국가에 국방비 증액과 군비 증강을 강요함으로써 지구적/지역적 차원의 군비경쟁과 한국, 대만, 이란 등의 핵무장을 조장하고 있다. 그 결과로 미중 대결을 축으로 한 제로섬 게임의 신냉전체제가 들어서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핵전쟁이 세계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여기에다 트럼프 2기 정권이 추진하는 ‘골든 돔’이 구축되면 핵균형이 급격히 미국 쪽으로 기울어 냉전 시대를 능가하는 핵대결로, 인류는 그 종말을 앞당길 핵아마겟돈에 성큼 다가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억제를 명분으로 한 그 어떤 위협도, 적대국의 임박한 공격 또는 공격 징후를 명분으로 한 그 어떤 예상 공격(anticipatory attack) 또는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도 불법이다. 핵위협은 무력 위협을 금지한 유엔헌장 2조 4항과 핵위협을 금지한 핵금조약 1조 (d)항 위반이며, 그 어떤 예외도 없다. 핵사용은 국제인도법상 구별의 원칙, 불필요한 고통 금지 원칙, 마르텐스 조항 위반이다. 선제공격은, 그것이 핵공격이든 재래식 공격이든, ‘무력공격’(armed attack)이 발생한 후 자위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한 유엔헌장 51조 위반이며, 자위적 핵사용이라고 해도 필요성과 비례성 원칙에 반한다.
힘을 통한 확장억제와 위협, 선제공격은 평시 평화를 파괴하고 위기와 전쟁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특히 핵전쟁이 인류의 생명과 자산, 자연을 송두리째 절멸시키리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에 국제사회는 시급히 확장억제와 선제공격 교리를 폐기해야 하며, 불법적인 확장억제와 선제공격 교리를 채택한 군사동맹을 해체해야 한다. 이로써 훼손된 유엔헌장(2조 4항, 51조)과 유엔 주도의 집단안보도 되살릴 수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로 한국전쟁을 법적, 제도적으로 끝내고 북미 불가침 조약 체결로 북 체제와 안보를 확고히 보장해 줌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이를 토대로 하는 동북아 공동안보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확장억제와 군사동맹을 대체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항구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는 동북아 비핵지대화와 전 세계 비핵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