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1. 3. 20] 전략기동함대가 대양을 누빈다-이지스 함 도입, 평화통일에 도움되나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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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동함대가 대양을 누빈다
이지스 함 도입―평화통일에 도움되나


김 승 국 평통사 정책위원장

지난 3월 19일 김대중 대통령은 "머지 않아 우리 해군은 우리 국익을 지키고 세계평화수호에 일익을 담당할 전략기동함대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기동함대는 이지스 함, 3000톤급 잠수함, 3000톤급 구축함, 대잠 초계기로 구성되어 있다. 전략기동함대 계획에는 우리 해군의 작전 영역을 한반도 주변 영역에서 벗어나 동남 아시아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전략기동함대가 한국 상선의 해상교통로를 방어하고 국제평화유지(PKO)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배경 설명을 했다.

대북 위주의 연안해군에서 통일 후를 염두에 둔 대양해군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전략기동함대 계획이 추진되고 있으나 몇 가지 발상의 미흡함이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남북한 교류·화해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한의 군비축소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을 역전시킨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경의선 복구를 위한 지뢰제거 작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남북한간에 군사적 신뢰 관계가 쌓이기 시작했다. 또한 남북한 국방장관 회담에서 신뢰구축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전략기동함대 계획은 군비확장을 선언하는 것으로서 시대착오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계획은 국익에도 민족의 이익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이지스 함 1척에 1조원이 소요되는데도 국익 타령을 하는 자가 있다면 진정한 애국자가 아니다. 한국 상선의 해양수송로 보호의 대가보다 남북한의 군사적 갈등으로 인한 민족대결의 손실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계획은 해양을 통한 북한 봉쇄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봉쇄 전략에 대하여 북한 쪽이 군비확장으로 맞대응 한다면 남북한의 군비확장 도미노 현상이 민족의 자산을 고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전략기동함대 계획은 미국의 군·산 복합체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것이다. 전략기동함대를 구축하는데 드는 몇 조원의 국방 혈세가 미국 군수업계로 고스란히 들어가게 된다. 지금 미국의 군수업계는 일본·대만에 이어 한국에도 이지스 함 등 최첨단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다. 미국의 군·산 복합체는, 대양해군이 되고자하는 한국군의 욕망을 일부 충족시켜주는 대신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바치라는 부드러운 명령을 내리고 있다.

전략기동함대 계획으로 현재의 경제침체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제2의 IMF 외환위기설이 나도는 현재의 경제 난국을 도외시하고 전략증강 사업에 10조 원을 쏟아 붓는 데 문제가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때 국방예산을 감축하던 정부 스스로 허리띠를 풀어제치고 전략기동함대 구축에 나섬으로써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의 기동함대 계획은 아시아의 해양분쟁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이미 동지나해를 중심으로 미국·중국·일본 사이에 해상수송로 확보 전쟁이 치열한 마당에 한국까지 가세하면 해양분쟁이 일어나게 된다. 이 해양분쟁은 곧장 동북아시아의 군비확장으로 이어지고 한반도 정세도 악화될 것이다.

또한 기동함대의 핵심인 이지스 함 도입으로 미국의 NMD(국가 미사일 방어)·TMD(전역 미사일 방어) 그물망에 걸려들 가능성이 있다. NMD나 TMD를 해상에서 작동시키는 데 이지스 함이 필수적이다. 한국 정부가 이지스 함을 운용하면 자동적으로 NMD·TMD망에 끌려 들어가게 되므로, 미국 정부가 전략기동함대 계획을 오히려 방조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전략기동함대를 통해 해양주권을 찾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시 군사작전권을 상실한 한국군이 기동함대를 운용한다고 해서 손쉽게 해양주권을 거머쥐게 될지는 미지수다. 군사주권의 회복을 전제로 해양주권을 거론하는 게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전략기동함대를 PKO에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터무니없다. 전세계적으로 PKO에 전략함대가 동원된 적이 없으며 지역분쟁을 부드럽게 진정시키려는 PKO에 막강한 함대가 총동원된다는 발상은 매우 위태롭다.

정부는 자주국방의 차원에서 전략기동함대를 발진시키려한다. 지상전은 한국 육군이 담당하고 해·공군은 미군이 주도하는 현재의 한·미 연합사령부 체제에서 연안해군을 벗어나려는 자주국방 구상이 가상하다. 그러나 돈 많이 드는 자주국방이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군이 미국의 군사전략에 완전히 편입된 고리를 끊지 않고 자주국방을 위해 전략기동함대를 만들어 보았자 돈만 날릴 뿐이다. 그 날린 돈이 미국 군수업계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한편 자주국방은 이루어진 게 없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할 수도 있다.

더욱이 '통일 이후를 염두에 둔 대양해군 지향'은 통일 이후에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겠다는 것으로 진정한 평화통일 정신과 어긋난다. 통일 이후에 군대의 덩치가 더 커질 것을 예상하는 것은 무력을 앞세운 발상이다.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 통일은 무의미하다. 통일 이전에 남북한의 군비축소가 이루어져 작은 군대가 되어야 마땅하다, 이를 역행하고 거대 해군을 만든다는 사고 방식에 무력팽창 중심의 통일관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이러한 통일관은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해야한다"는 담론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자본주의 한국'호를 엄호하기 위해 전략기동함대를 구축한다는 경제적인 측면을 전면 부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가 국익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의 화해 분위기를 해치면서 기동함대 구상을 강행한다면 국익에도 민족의 이익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안보강화를 통한 국익증진과 평화통일 노력을 통한 민족 이익 증진의 경중을 다시금 따져 볼 때이다.

2001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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